美 경제회복 신호에 올 7% 성장 기대… EU ‘백신여권’ 추진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이며, 세계 경제를 중국이 아닌 미국이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이며, 세계 경제를 중국이 아닌 미국이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규복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 봉쇄를 푸는 국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인구당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그동안 내렸던 셧다운(이동제한)을 대부분 해제했다. 미국도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텍사스를 시작으로 뉴욕까지 경제활동을 늘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을 대비한 ‘백신여권’을 준비 중이며 남미 국가들 중에는 백신 접종이 가장 빨랐던 영국 국민들에게 국경을 열고 경제회복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이며, 세계 경제를 중국이 아닌 미국이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7일(현지시간) 유로뉴스는 백신 접종 개시 두달만에 국민의 40%가 접종을 받자 이스라엘 정부가 셧다운 해제와 국제공항의 점진적 승객에 대한 개방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식당과 술집, 행사장, 스포츠 경기와 일선 학교들은 인원 제한 속에 다시 운영이 가능해졌으며 일부 특정 장소는 백신 접종을 받은 경우만 입장을 허용하도록 했다.

몬태나·아이오와주는 이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주는 총 13곳으로 늘어났다.(사진=연합뉴스)
몬태나·아이오와주는 이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주는 총 13곳으로 늘어났다.(사진=연합뉴스)

 

인구수 2900만여 명으로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텍사스주도 모든 경제 활동 제한을 100% 풀기로 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행정명령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며 “텍사스 내 사업장들은 100% 정상 개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몬태나·아이오와주는 이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주는 총 13곳으로 늘어났다.

매사추세츠주는 지난 1일부터 식당에 대한 수용 인원 제한을 전면 해제했고, 뉴욕시 역시 식당의 실내영업 재개를 허용한데 이어 수용인원을 종전 최대 25%에서 35%로 확대했다.

뉴욕시는 지난 5일(현지시간) 1년 만에 다시 극장 영업을 허용했고 이날 맨해튼 68번가, 브로드웨이에 있는 AMC 링컨스퀘어에는 영화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저지주 버넌타운십에 있는 마운틴크리크 스키장에서는 279.99달러짜리 봄 시즌 패스가 일찌감치 매진됐다.

EU 집행위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EU 집행위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서비스산업의 고용이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도 나왔다.

최근 미국 노동부는 지난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7만9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보다 80% 높은 수준이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50년만에 최고치인 7%에 달하며 `V자 반등`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5%였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을 6.8%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전망에 미국 경제가 올해 회복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을 약 6%로 전망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4.1%가량 성장한 2005년 미국은 전체 성장률 중 기여분이 1.0%포인트로 중국의 0.9%포인트를 앞선 뒤 이후에는 15년간 중국보다 낮은 기여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6% 세계 경제 성장에서 미국이 1.7%포인트를 차지해 중국의 1.6%포인트를 다시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해 -3.5%의 역성장을 기록한 미국 경제가 올해 7%가량 성장하면서 중국의 약 8%와 엇비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캐서린 만은 "미국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남유럽 국가들도 바빠졌다. 키프로스와 그리스 등은 유럽연합(EU)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영국 관광객을 상대로 문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받은 영국인은 오는 5월 1일부터 키프로스 여행을 가면 도착 후 자가격리와 검사가 면제된다. 2019년 키프로스를 방문한 영국인은 100만명 이상으로, 키프로스에는 최대 고객이다.

맨해튼 68번가, 브로드웨이에 있는 AMC 링컨스퀘어에는 영화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사진=연합뉴스)
맨해튼 68번가, 브로드웨이에 있는 AMC 링컨스퀘어에는 영화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사진=연합뉴스)

 

영국에서는 봉쇄 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휴양지 요금이 오르고 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오는 4월 12일부터 숙소에 머무는 여행(스테이케이션)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닷가 주변 숙소 요금이 작년 여름보다 평균 35%나 뛰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5일 "여름철에 맞춰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제’(백신 여권)가 도입될 수 있도록 즉각 기술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EU 집행위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또 다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는 섣부른 조치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치가 여전히 매우 높다”며 “규제를 서둘러 완화하는 것은 또 다른 급증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역)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지 말라"며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금 더 참고 견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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