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관광국 EU 압박… 중국과 태국도 모색

관광사업이 국가경제의 핵심인 국가들이 올여름 성수기를 잡기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관광사업이 국가경제의 핵심인 국가들이 올여름 성수기를 잡기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규복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은 분야가 여행 관련 서비스업이다. 같은 이유로 다른 나라보다 더 힘든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나라가 관광사업이 국가경제의 핵심인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이 올여름 성수기를 잡기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백신여권) 도입을 추진 중이며 그리스 등이 EU에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백신여권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과 태국 역시 백신여권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올여름부터는 격리 없이(트레블 버블)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9일 한국과 중국 사이에 백신여권과 관련한 소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상호인증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이 중국판 국제여행 건강증명 전자서류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다음날인 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각국과 건강코드 정보 상호인증 기제를 구축해 상대국 인원에게 비자 등 여행 편의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질서 있는 인적 왕래를 적극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 인적 왕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다급하다고 강조했다.

EU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사진=YTN)
EU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사진=YTN)

 

자오 대변인은 중국판 국제여행 건강증명이 출입국 시 핵산검사와 혈청 항체검사 결과 및 백신 접종 상황 등의 건강정보를 제시하는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선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사이에 상호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지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홍콩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인 위트먼 훙와이만은 양회에서 중앙정부가 발급한 백신여권을 소지한 홍콩 주민은 본토에 들어올 때 격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태국도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갖고 입국하는 방문자들에게 2주 격리를 면제해주고 일부 제한 조치를 완화해주면서 자국민도 상대 국가에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움직임은 보다 구체적이다. EU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이 백신여권 도입을 EU 집행부에 압박하고 있고, 27개 회원국도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완전히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그리스와 스페인 등과 노선을 같이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시민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성급한 도입을 경계하고 있다.

올여름 백신여권 도입에 대해 미국과 우리나라는 검토 단계, WHO는 반대 입장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