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회장 연임 여부 관심
삼성,이재용 부회장 공백·LG, 구본준 고문 계열분리 안건
경영권 분쟁 금호석화·한국앤컴퍼니 표 대결 ‘3%룰’ 주목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기업들의 안건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 시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여성 사외 이사 증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주총이 본격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올해 주총에서 처음 시행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2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17일에는 삼성전자, 24일 현대자동차와 LG전자, 26일 (주)LG, 29일 (주)SK 등이 예정 돼 있다.

포스코는 잇따른 산재사고로 정치권과 노조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정우 회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국앤컴퍼니, 금호석유화학 등의 표 대결도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연이은 사망사고…최정우 회장 연임할까
가장 먼저 주총 포문을 여는 포스코는 12일 CEO 단독 후보로 추천된 최정우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 짓는다. 최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되는 논란 탓에 임기를 채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재임 기간 잦은 사업장 내 근로자 사망 사고로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주주서한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겠다"며 연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멈추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수감 공식 입장 표명
올해 주총 시즌에서 이목이 쏠리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1월 재수감된 상황인 만큼 오너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계획과 함께 대규모 신규 투자와 관련해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또 이번 주총에선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부회장, 김현석 생활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사장 등 3인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특별 배당금(10조7천억원)이 포함된 재무제표 승인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 외에도 박병국, 김종훈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김선욱 사외이사의 재선임은 별도 안건으로 진행되며, 올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도 처리될 예정이다.

김기남 부회장과 박재완 이사회 의장은 앞서 발송한 주주 서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사회가치 제고 등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본격화했을 뿐 아니라 준법 경영에 대한 노력도 기울였다"며 "현장 중심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준법 문화의 정착과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함으로써 신뢰받는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구본준 계열분리 승인 여부 관건
LG전자는 전장(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관련 사업에 대한 분할계획서 승인절차를 안건으로 올렸다. 지난해 말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오는 7월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할 예정으로, 분할회사인 LG전자가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마그나는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49%를 인수한다.

더불어 LG그룹 주총에선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등 계열사를 갖고 독립하는 계열 분리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신설지주사는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4개 자회사와 LG상사 산하의 판토스를 손자회사로 거느리는 구조다. 대표이사는 구 고문과 LG상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송치호 고문이 맡는다. 자산 규모는 7조원 안팎이며, 분리기일은 5월 1일이다. 신설 지주사의 사명은 'LX'가 유력하다.

경영권 분쟁 금호석화·한국앤컴퍼니, '3%룰' 적용이 변수
올해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도 처음 시행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주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 룰'은 상장사의 감사를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으로, 대주주가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국민연금과 주요 주주들의 선택이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카의 난'이 일어난 금호석유화학은 감사위원선임을 놓고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간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지난해 말 기준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는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 및 사외이사 4명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주주제안이 성공하게 되면 현재 10명의 이사진에서 과반 이상의 이사회 구성원을 확보하게 돼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박 상무는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주당 1만1050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내용의 안건도 제안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과 장남 박준경 전무가 각각 6.69%, 7.17%를 보유 중으로, 이들이 지분율을 합치면 14.84%로 높아진다. 여기에 상법 개정에 따른 3%룰이 적용되면 박 회장 일가는 7%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되며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박 상무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에 7.91%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과 지분율 50%가 넘는 소액주주가 변수로 떠올랐다. 박 상무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이달 초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공개하며 배당성향 50% 확대, 신사업 진출 등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을 내세운 상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도 오는 30일 열리는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이 맞붙는다. 현 지분율은 조 사장이 42.9%로 조 부회장(19.32%)을 앞선다. 이는 지난해 6월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자신의 지분 전량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데 따른 것으로 경영권 분쟁의 배경이기도 하다.

상법 개정에 따라 대주주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되면서 조현범 사장, 조현식 부회장, 차녀 조희원 씨, 국민연금 의결권은 각각 3%로 동등해진다. 이에 지분 10.82%를 보유한 차녀 조희원 씨와 5.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 행사가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굵직한 안건들이 대기하고 있어 주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 기업들이 온라인 생중계와 전자투표를 장려하면서 올해 주총 풍경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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