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여자는 군대 가지 않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최근 A제약 채용면접에서 면접관이 이같은 질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성차별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번지면서 사측은 긴급 사과문을 내고, 인사책임자에게 해임,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면서 사태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후 기업정보 업체 잡플래닛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A씨가 겪은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가 이어지며 성차별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 2금융 지역본부 계약직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에게 '남자친구를 사귈 때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느냐'는 등 성희롱성 발언 의혹도 제기돼 '성차별 면접'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성차별이 한국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경험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구직자의 21.1%가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성차별에 대해 남성(9.6%)보다 여성(30.4%)들이 느끼는 체감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면서 남녀차별의 간극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음에도 남녀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암묵적인 강요나 편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여자로 살기 쉽지 않은 이유다.

물론 정부가 여성들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쏟고 있지만 남성 우월적인 사고방식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성차별적 채용 근절을 위해 기업이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질문을 달리하지 않아야 하고, 군대 경험처럼 특정 성별에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에 관한 토론 또는 질문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2019년 '성평등 채용 안내서'를 제작·배포했다.

또 개정 채용절차법은 기업 채용 과정에서 신체적 조건이나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이나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라는 ‘82년생 김지영’의 소설속 질문이 떠오른다.

다만 법, 제도, 가치관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돼지 않는다면 82년생 김지영만이 아닌 92년생, 2002년생 김지영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얼마나 더 많은 김지영이 나와야 성차별이 없어질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것은 그것이 잘못됐음을 아는 자각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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