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융상품 '청약철회' 가능…불완전 판매 '위법계약해지' 도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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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오는 25일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이 고객중심 경영을 선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 현장에서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고 2~3년간 금융권에 이어졌던 불완전판매 우려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에 따르면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행위 금지·부당권유 금지·허위과장 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5일부터 시행된다. 위반 시 징벌적 과징금(위반행위 관련 수입의 최대 50%)과 권유 직원에게 1억 원 과태료 부과 등 강한 제재를 받는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정례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을 의결하고 금소법 하위규정 제정을 마쳤다. 특히 이번 시행령에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 새롭게 도입됐다. 기존에 투자자문 상품과 보험에만 적용되던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특징이다. 대출은 가입 14일 이내, 보장성 상품(보험)은 15일, 투자성 상품은 9일 이내에 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불완전 판매에 대해선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이 마련된다. 위법한 계약이라면 5년 안에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위법 판매가 아니라는 사실은 금융사가 입증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위법계약 해지권리를 갖게 된다.

소비자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를 직접 판매한 금융사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판매사는 해당 집합투자증권을 고유 재산으로 매입해야 한다.

대규모 환매 중단을 빚었던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의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금융사와 분쟁 시 사후구제도 강화된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분쟁조정 소송 대응 목적으로 금융회사에 관련 자료의 열람을 요구하면 이를 수용할 의무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소법법 시행으로 소비자 권리가 한층 강화되고 2~3년간 금융권에 이어졌던 불완전판매 문제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금융권은 금소법의 규제와 처벌이 높은 탓에 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폐쇄형 사모펀드의 경우 계약해지권을 악용해 손실을 배상하라는 소비자 요구가 늘어나는 등 민원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펀드가 부실화할 것 같을 때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등 소비자가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법계약 해지 결정이 나면 해지대금을 줘야하기 때문에 환매가 안 되는 상품을 인수하고 지급해줘야 하는 절차가 생긴다"면서 "상품관리가 복잡해져 결국 폐쇄형 펀드의 손해 배상은 추가 소송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보험업계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보험 영업이 증가하면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늘어나는 만큼 분쟁도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금융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적용 범위가 넓고 아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시행 초기에 혼란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25일 시행되는 금소법 시행에 맞춰  연말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내부 조직을 앞다퉈 신설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들이 상품 검증 등에 참여하는 기구를 발족했다. 또 금융사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에 대응차원의 일환으로 모든 금융상품 판매 시 고객과 상담 내용을 녹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금소법이 소비자가 금융회사에서 상품 가입 시 설명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금융사가 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5일부터 펀드 판매 시 설명 과정을 녹취하는 대상을 모든 고객으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고난도 상품이나 부적합 투자자, 고령 투자자에 한해서만 설명 과정을 녹취해 왔는데, 금소법 시행에 따라 녹취 대상을 '모든 고객'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품 설명 과정을 영업점 직원이 직접 읽는 방식으로 운영하던 것을 앞으로는 '자동리딩 방식'으로 개선해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 성향 분석, 판매 과정 등을 녹취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분석하는 금융상담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AI 시스템을 활용해 상품 설명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었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은행들은 고객과의 소통 접점인 영업점 창구 직원을 비롯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소법 시행에 발맞춰 지난달 부터 시중은행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연수와 온라인 교육 등을 진행했으며, 3월에는 영업점 직원을 대상으로 상품 판매 시 이행사항 등 실무 중심의 교육을 진행해 왔다.

하나은행은 투자 상품 내용을 완전히 숙지한 직원만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상품숙지 의무제'를 은행권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규 금융상품에 대한 교육과정 수료 여부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작년부터 자체 '미스터리 쇼핑(암행 현장점검)'을 실시 중이다. 현장점검 평가 점수가 저조한 곳은 별도 교육과 2차 점검을 하고, 그래도 기준에 미달하면 해당 영업점은 아예 투자상품 판매를 정지시킨다.'

은행들은 금융 사고와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각종 시스템 구축에도 한창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6월까지 상품 선정, 판매 후 사후관리 등 비예금상품 판매와 관련한 모든 현황을 확인·점검할 수 있는 통합전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대출성 상품을 판매할 경우 약관, 상품설명서, 주요 내용 설명서 등 고객에게 교부해야 하는 필수 서류를 소비자 앞 URL로 발송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우리은행은 KT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금융상품 완전판매 솔루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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