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주택공급 대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파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가 연일 주택공급 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주택공급 대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국 83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2·4 대책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주도로 도시계획 규제를 풀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LH투기 의혹사태로 인해 공공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 방식을 설득할 명분이 적어졌다.

주택·도시 전문가로 불리며 주택공급 대책을 진두지휘해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시한부 장관으로 리더십을 잃었다. 여기에 실무작업을 지휘해야 할 LH 수장 자리 장기 공백도 현실화됐다. 현재 LH 사장 자리는 변 장관의 국토부 장관 지명 이후 석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공석이다. 국토부가 LH 사장 후보자에 대해 재추천을 요구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에 진행하던 인선 작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정책의 토대인 부동산 민심도 싸늘하다. 일부 3기 신도시 지역에서는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서는 LH 직원들의 투기로 인해 백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명 시흥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57.9%, '부적절하다'는 34.0%였다. 

공급정책이 동력을 상실했음에도 정부는 연일 주택공급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서민들을 위한 2·4 공급 대책은 어떠한 경우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은 공공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이미 동력을 잃었다. 계속 고집해 봤자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강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공급대책을 방향을 전면 수정해 민간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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