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승계' 원칙...신동원 후계 구도 결정
생전 풀지 못한 오너 1세대 앙금…2세대가 풀까

농심 사옥.(사진-농심)
농심 사옥.(사진-농심)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타계하면서 후계자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의 2세 경영이 막을 올리게 됐다. 농심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후계 구도가 결정된 상태다.

농심의 경우 2000년대 초 이미 후계 구도를 확정했다. '형제의 난'을 방지하기 위해 2003년 농심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를 설립했다. 현재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인 동생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의 지분은 13.18%, 이어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이자 차녀인 신윤경 씨가 2.16%, 신 회장의 부인인 김낙양 씨 지분은 0.23%다.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은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 41세에 뒤늦게 입사해 현재 농심홀딩스 지분이 없다. 다른 형제들과 비교했을 때 지분 차이가 커 경영권 다툼은 일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79년 농심에 입사한 신 부회장은 국제담당 임원을 거쳐 2000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농심은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6398억원, 영업이익 160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6%, 103.4% 올랐다.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1983년 농심에 입사해 이후 계열사 율촌화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 역시 1984년 농심에서 업무 경험을 쌓은 뒤 1992년 메가마트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후계구도의 확고한 노선 정리는 신춘호 회장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농심홀딩스를 만들 때부터 확고한 승계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며 "장남이자 농심홀딩스 최대 주주인 신동원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격호·신춘호 두 회장 모두 1년 간격으로 별세하면서 롯데와 농심 모두 2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일찍이 후계구도가 정해진 농심과 달리 롯데그룹은 2015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당시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 신동주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끝에 한일 경영권을 선점했다. 신동주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던 2015년 7월부터 2018년까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본인의 이사직 복귀안을 제출했으나 5차례에 걸쳐 모두 패한 바 있다.

농심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재계에서는 롯데와의 관계 회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기업의 갈등은 196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신춘호 회장은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부침을 겪은 끝에 라면업체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이후 신격호 회장이 '롯데' 사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바꾸고 왕래를 끊었다.

두 형제는 가족 모임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반세기 넘도록 앙금을 이어왔고,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고, 전날 신춘호 회장도 영면에 들면서 형제는 끝내 생전에는 화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오너 1세와 달리 오너 2세들의 관계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원 부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사적인 만남을 가지며 친목을 다져왔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타계했을 당시 신동원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장례 일정 동안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를 지키기도 한 만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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