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회장만 연봉 인상…성과급 논란에 현대차 '시끌'
실적 감소에도 총수들 막대한 보수 챙겨…직원 연봉은 감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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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연봉인상 바람이 거센 가운데 총수들의 '묻지마'식 연봉 인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연봉과 성과급 등 처우에 대한 내부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전과는 달리 큰 폭의 인상률을 기록한 동종·타 업계 기업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지난해 위기상황을 잘 극복했음에도 부담과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숙였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만들고 지급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열심히 노력한 분들에게 더 보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잠재돼 있던 불만이 폭발하게 된 계기는 지난 16일 열린 타운홀미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년만에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온라인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성과급과 관련된 직원들의) 박탈감과 실망감 이해하고 있다"면서 "각 사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현실에 맞게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2019년부터 호실적을 냈지만 성과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실제로 현대차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성과급은 경영 인센티브 150%에 격려금 120만원 규모였다. 이는 전년도 ‘성과금 150%+격려금 3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현대차 실적이 다소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매출액은 103조9000억원으로 2019년(105조7000억원)보다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조6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의 급여는 22.5% 늘어난 30억620만원, 상여금은 7억5000만원에서 9억4600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현대차 사내이사 중 알버트 비어만, 하언태 사장의 보수는 각각 22억7500만원, 10억9800만원으로 전년대비 68.5%, 32.9% 이상 상승했다. 표면적으로 직원들 연봉은 줄어드는데 정 회장의 연봉은 인상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경우 매출이 크게 악화했음에도 총수들의 연봉이 고공행진 하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작년 보수는 30억9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0%가 늘었다.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으로 작년에 약 23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매출은 7조4000억원으로 38% 줄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과거 사장급 연봉을 받다가 지난해엔 회장급 보수로 격상하면서 급여가 늘었다며 "이사보수지급기준에 따라 직위, 직무,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월 보수를 산정 후 이를 보상위원회 사전 검토, 이사회의 집행 승인을 통해 확정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말 1만9063명이었던 직원수와 8083만원이었던 평균연봉이 지난해 말 1만8518명, 6819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연봉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연봉은 크게 오른 것이다.

호텔신라는 직원 평균 연봉이 15% 감소한 가운데 이부진 사장의 연봉은 50% 넘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장은 전년 대비 52.6% 증가한 48억9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 가운데 급여는 11억8400만원이었고, 상여금이 37억100만원, 기타 근로소득은 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 측은 상여금에 대해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 역량과 리더십 발휘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3조1881억원 달성 및 지속적인 회사 성장, 발전을 위한 사업별 경쟁력 유지, 조직 안정 등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호텔신라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전년(5900만원)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5000만원에 그쳤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매출은 3조1881억원으로 44.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8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악화한 탓이다.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나고 적자 전환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부진 사장의 연봉이 전년보다 52.6% 증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직원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연봉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 대비 된다.

최근 산업계를 MZ세대를 중심으로 정당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책임과 성과에 따른 보수를 충분히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너라는 점을 내세워 납득할만한 근거도 없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막대한 연봉을 챙기는 데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인 것이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투자팀 팀장은 "국제적 흐름을 보면 기업 CEO들이 직원대비 몇 배의 임금을 받느냐보다 거액의 보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중시된다"면서 "경영 성과가 뚜렷한 경영자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만 근거 없는 고액 연봉은 논란의 소지가 아주 크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연봉은 고정급 비율이 높아 실적과 무관하게 많은 급여가 지급되는 사례가 흔하다"면서 "성과 연동 급여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해 이익 기여도에 따른 보수 지급이 관행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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