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옵티머스펀드 계약취소 결정...NH투자증권 '다자배상안' 배척
허위기재 투자제안서 그대로 판매···‘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적용
분조위, NH투자증권 일반투자자에 원금 3000억 반환 예상

금융정의연대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NH투자증권 100% 전액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정의연대)
금융정의연대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NH투자증권 100% 전액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정의연대)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융당국이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 전액배상 결정은 라임 일부 펀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NH투자증권은 일반 투자자 기준 약 3000억원의 투자원금을 돌려줘야 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으로 이달 시작될 금융위원회의 옵티머스펀드 관련 제재를 앞두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융분쟁조정위(분조위)를 열어 NH투자가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 이 같은 법리가 적용된 것은 라임 일부 펀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옵티머스 사태는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하는 안전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낸 것이 골자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NH투자는 운용사 설명에만 의존해 공공기관 확정매출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일반 투자자들이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가 가능한지 여부까지 따져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투자자들은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는 투자 권유를 듣거나 ‘수익률 2.8%가 거의 확정되고 단기간(6개월)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투자제안서에 기재된 공공기관 3곳과 지방자치단체 2곳에 확인한 결과 옵티머스가 제안한 만기 6~9개월짜리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이 발생하려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발주처인 공사에 대해 건설사 등과 계약을 한 뒤 특정 기한이 지난 시점에 대금(매출)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건설사는 향후 들어올 매출을 근거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은 공사대금을 검사완료일(또는 청구일) 후 5일 이내에 지급하게 돼 있다. 만기가 수 개월짜리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도받아 펀드 투자대상에 편입하는 구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산운용사 330곳 중 326곳(4곳 폐업)도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구조의 펀드는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금감원에 회신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 상대방인 NH투자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투자자와 NH투자증권 양측 모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된다.  분조위는 조정이 성립될 경우 3000억원 규모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이 2019년 6월~2020년 5월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54개(6974억원) 중 35개(4327억원)이 환매 연기됐는데 이 중 일반투자자가 자금이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전문투자자들에 대한 펀드 판매분(1249억원)은 NH투자와의 자율조정에 맡기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분조위 전액배상 결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옵티머스 사태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면서 향후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관련 충당금은 총 1300억원으로 누적 판매잔고 4327억원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NH투자는 이날 조정 결과 발표 후 입장을 통해 “분조위의 조정안 결정을 존중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H투자는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사회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H투자는 펀드 수탁사(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예탁결제원)가 연대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안이 현실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판매사 홀로 책임을 떠안는 '계약취소'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전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금융위원장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다자배상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 측은 다자배상안에 대해 펀드 환매 연기로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 기관들의 책임 소재가 아직 규명되지 않아 현시점에서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분조위 조정안을 받은 판매사와 투자자는 20일 이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원만하게 조정이 이루어지면 일반 투자자는 약 300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측은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안 결정을 존중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분조위 결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 정영채 사장 중징계에 악영향을 줄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사다. 금융위는 이달 중 정영채 사장에 대한 징계 절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정영채 사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도 내린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 정영채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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