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속국' 비난 여론 커지자 공식 사과
"현지 생산·국내 유통 등 김치 안전관리 대폭 강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한 직원이 중국산 김치 관리 정책을 설명하면서 중국을 ‘대국’, 한국을 ‘속국’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식약처는 지난 2일 직원의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식약처는 “직원의 잘못된 발언은 식약처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대변인실 소속 주무관이 기자의 유선 질문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즉시 다시 전화를 걸어 발언을 취소하고 정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자 자세 교육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국민 여러분께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는 식약처 직원의 발언은 중국의 ‘알몸 김치’의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한 인터넷 매체의 취재 도중 언급됐다. 이 직원은 언론사 취재진에 중국이 대국이라 한국이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요청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표현이 실수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평상시 저 사람의 인식 아닌가?", "어떻게 저런말을 할수가 있지? 대한민국 공무원 맞아?", "식약처는 중국산 식품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하고 해당 공무원은 파면해야 한다", "중국김치를 식약처에서 검증한다는 건 이제 믿을 수 없는 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온라인에선 중국에서 배추를 비위생적으로 절이는 장면이 담긴 ‘알몸 김치’ 영상이 화제가 됐다. 중국의 한 김치 공장에서 윗옷을 벗은 남성이 배추가 절여지는 대형 수조 안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담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선 ‘중국산 김치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18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알몸 배추 영상은 한국에서 소비되는 김치와 연관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 및 원재료를 중심으로 유통 단계별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이며, 현지 생산부터 통관, 국내 유통까지 전 단계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5243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중국산 김치 수입액이 전체 99%인 1억5242만 달러에 이른다. 식당과 업소 등에서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주로 사용하면서 수입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김치는 대부분 산둥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100여 곳의 제조업체에서 만들어진다. 제조 단가는 kg당 863원으로 국산 김치(2872원)와 비교해 3분의1 정도로 저렴하다.  

지난해 1월 식약처가 발표한 해외의 김치 제조업소 현지실사 결과 중국의 45개 업체 중 14곳이 위생상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7개 업소는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수입중단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법률 미비로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도 시행되지 않았다.  

이에 식약처는 중국산 김치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국 현지 생산부터 통관 및 국내 유통까지 김치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인증 업체에서 생산한 김치만 수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김치뿐 아니라 다른 중국산 식품 역시 위생상 문제가 많아 정부의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적인 이점 때문에 식당 등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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