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정의로운 척, 불의를 못 참는  척하는 문재인 정부에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고위공직자의 민낯이 또 한번 드러났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뒤로는 천민자본주의를 쫓는 부도덕한 행태에 국민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적폐청산 등을 외치며 정의와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고위층들이 뒤로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개발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일삼은 공직자, 공기업 직원은 물론 전·월세 상한제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주도한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국회의원은 전월세 상한제 시행 직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

‘내로남불’만 외치다 치부가 드러난 사회지도자층의 갖가지 불공정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천민 자본주의라는 말이 생각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천민자본주의를 언급했다. 지금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지만 천민자본주의는 경제사상사에서 보면 원래 생산해서 돈을 벌지 않고 투기나 이자놀이해서 돈 버는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문화나 정신을 형성하지 못하고 오로지 돈만 좇는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즈가 실종된 것. 부정부패라는 무서운 독소를 ‘손때 묻은 유능이 나은가? 청렴결백한 무능이 나은가?’라고 얼버무리면서 슬그머니 면죄부를 주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고위관료들의 행태를 보고 우리 사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9명은 한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ㆍ지도층의 책임의식)가 실종됐다고 봤다. 대다수는 상류층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존경할만한 높은 교양을 가친 상류층이 많다’는 의견은 전체의 7.0%에 불과했다. 이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본 경우도 2.3%에 그쳤다. 오히려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사회적 기부를 약속한다’는 인식이 다수(66.3%)를 차지했다.

여기엔 ‘상류층이 자신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82.5%)는 인식이 주효했다. 절반 이상(56.8%)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상류층 대부분이 실력보다는 운과 편법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했을 것이라는 시각은 2.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내고 자식들에게 재산을 잘 물려줄수 있는지 궁리하기에 바쁜 것 같아 보일 때가 많다. 오히려 행상 등 평생을 어렵게 일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일반 시민들이 우리 나라에는 더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한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인 경주 최 부자집 가문의 육훈(집안을 다스리는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 최 부자집 가문은 조선시대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300년 동안이나 부를 유지한 가문이다.

경주 최 부잣집은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 이상의 재물은 사회로 환원해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 리 안에 굶은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만 입어라 등 여섯가지 가훈을 수 백년 동안 실천해 왔다.

이같은 노블레스 오블지주의 실천 소식에 감동을 하지만 누구나 다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지도층이 최 부잣집의 ‘육훈’의 정신을 본받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이다.

지도층이 일반인보다 더 많은 사회적 책무를 짊어져야 하는 것은 그들이 이룬 지위와 재산, 명성이 우리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실종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되새겨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회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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