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 시행
임차인 보호 취지 좋지만 과세자료 활용·임대료 규제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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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가 과세를 노린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일 뿐 과세정보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추후 임대소득 과세 확대나 '표준임대료' 등 임대료 규제의 기반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때 지방자치단체에 의무 신고해야 하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된다. 지난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7월 31일 법 개정과 함께 시행됐지만, 전월세신고제는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작업을 위해 시차를 두다가 이번에 시행되는 것이다.

신고지역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세종시, 전국 도(道)의 시(市) 지역 등 도시 지역 대부분이며 신고대상은 아파트와 다세대 등 주택은 물론 고시원, 기숙사 같은 준주택, 공장·상가 내 주택, 판잣집 등 비주택도 포함된다. 반전세의 경우에도 보증금이나 월세 중 하나라도 이 기준을 초과하면 신고 대상이 된다.

주소와 보증금, 월세, 계약 기간 등의 내용을 담아 주민센터나 온라인을 통해 신고를 할 수 있고,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신고된 계약의 임대료가 변경되거나 계약이 해제됐을 경우에도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나 거짓 신고 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임차인 보호 장치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임대차 가격·기간·갱신율 등 임대차 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거래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도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을 때 신고하는 내용을 모아서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계약금액이나 계약일, 층수 등 기본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 계약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월세신고제가 운용되면 베일에 가려졌던 나머지 70%의 거래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임차인은 주변의 신규·갱신 임대료 정보를 확인한 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다"며 "임대인도 임대물건 주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적정한 임대료 책정을 통한 공실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가 과세용으로 활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 계약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과세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국세청도 이 자료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 상황 등 제반 여건에 따라 전월세신고제가 임대소득 과세에 쓰일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고액전세를 규제할 방편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월세신고제가 지난해 여당 일각에서 도입을 주장했던 `표준임대료` 같은 임대료 규제 도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표준임대료는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의 위치, 종류, 면적, 내구연한 등에 따라 적정한 임대료를 산정하고 고시하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월세신고제가 표준임대료 같은 임대료 규제 도입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건 '임차인 보호'란 취지와 달리, 전세 물량 감소 및 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들의 어려움이 오히려 더 커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 입장에서 볼 때는 보증금이 드러나는 것 때문에 임대를 월세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물량이 줄어들고 반전세나 월세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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