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제맥주 시장 규모 1180억원...3년 만에 2.7배 성장
수제맥주 업계, 양극화 심화 우려...소매채널 성장 혜택 소수업체에 집중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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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수입 맥주를 찾는 비중이 줄면서 국산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4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7년 433억원이었던 국산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원으로 3년 만에 2.7배 성장했다. 수제맥주협회는 2023년에 시장 규모가 3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1위 수제맥주 업체는 제주맥주로, 매출이 2017년 22억원에서 2020년 335억원으로 15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4캔에 1만원’ 행사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던 수입맥주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수입 맥주는 2014년 1억1168만6000달러에서 2018년 3억968만3000달러까지 증가했지만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2020년에는 2억2685만9000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 이후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맥주 수입량 1위였던 일본산 맥주와 청주(사케)의 수입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주류 수입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주류 수입량은 전년 대비 1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맥주 수입량은 줄곧 1위를 차지하던 일본산 맥주가 8만6711톤으로 지난해 85.9% 감소하며 9위에 그쳤다. 그 사이 네덜란드산 맥주가 전년 대비 31.8% 증가한 5만4072톤이 수입되며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청주의 수입량도 2019년 4266톤에서 2020년 2330톤으로 전년 대비 45.4% 감소했다.

업계는 주류 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가 수입맥주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맥주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할인행사도 많이 진행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지만 이제는 그런 강점이 많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업계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제주맥주는 이달 중에 코스닥 상장을 하고, 공모 자금의 일부를 동남아 진출을 위한 투자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해 현지 생산에도 나선다. 제주맥주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제주위트에일 캔 500㎖에 한해 롯데칠성음료에 위탁 생산을 하기로 했다.

세븐브로이 역시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의뢰해 ‘곰표 밀맥주’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5월 한 달간 편의점 CU에 300만개의 곰표 밀맥주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교촌에프앤비도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촌 측은 LF 계열 인덜지 주식회사와 수제맥주 사업을 위한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교촌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수제맥주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24년까지 3년간 연평균 약 30%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약 3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고, 수입맥주를 포함한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수제업체 140여곳 중 소매채널에 대량으로 맥주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약 10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주류 소매채널 성장의 혜택은 소수업체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10곳 이외의 나머지 대다수 업체는 고사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류 산업 자체가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 정책의 변화에 많이 민감하다"며 "그나마 정부가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에 종량세를 도입하면서 많이 나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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