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주택관련 기관 수장 자리를 부동산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들로 채웠다. 정부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주택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수장에도 주택과 부동산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들을 수혈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LH 투기 파문으로 조직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흔들리는 공공주택 정책과 관계 기관의 혁신을 위해선 외부 인물의 수혈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혼란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고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랠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달 말 4개월 이상 공석이었던 LH 사장 자리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취임하면서 시장에서는 파격적인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신임 사장이 LH가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병해 통합 출범한 이후 첫 ‘비부동산’ 출신 수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던 이지송 초대 사장을 비롯해 이재영, 박상우, 변창흠 등 역대 LH 사장은 모두 건설 및 국토 관련 고위공직자나 교수가 맡아왔다. 토지 개발과 주택 공급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성이 필요한 영향이다.

김 신임 사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기획조정관실 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세정분야 전문가다. LH 사장 취임 전 주택과 부동산 관련 기관에 몸담은 경험은 없다.

HUG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권형택 사장 역시 부동산 분야 비전문가로 여겨진다. 권 신임 사장은 홍콩상하이은행(HSBC) 상무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사업본부장, 김포골드라인운영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주거정책을 펼칠 국토교통부 수장자리에는 기획재정부 출신 정통관료인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중기재정계획과장·재정총괄과장 등을 역임한 노 내정자는 2014년부터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을 맡았다. 2016년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주택정책 핵심 기관 수장자리들을 비전문가가 채운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문성이 필요한 주택정책 핵심 기관 수장자리를 모두 주택정책과는 동떨어져 있는 비전문가가 채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임기 1년을 앞두고 주택정책의 핵심 요직을 연이어 외부인사로 교체하면서 시장에 다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권형택 HUG 신임 사장, 김현준 LH 신임 사장, 노형욱 국토부장관 후보자 모두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을 끌고 해법을 제시할 구원투수가 아닌 무난하게 임기를 마칠 패전투수를 구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이 부동산 비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때고 부동산 시장 혼란을 해결해 승리투수로써 마운드를 내려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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