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당혹스럽다"...전문가 "실제보다 과대 포장" 우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남성혐오 논란이 일었던 GS25 홍보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최근 GS25를 둘러싼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젠더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다른 유통업체들에게까지 '남혐' 의혹이 확산되면서 파장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편의점 GS25 캠핑 포스터 담당 디자이너가 직접 올린 사과문이 게재됐다.

GS25 행사 포스터 디자인을 했다고 밝힌 그는 "저는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평범한 워킹맘으로 남성 혐오와는 거리가 멀고 그 어떤 사상에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번 논란이 빚어진 데에 유감을 표했다.

앞서 GS25의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는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 언급되며 남혐 논란에 휘말렸다. 포스터에 그려진 손가락으로 소시지를 집는 모양이 과거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그림과 비슷하며, 포스터 영어 문구의 끝 글자를 조합하면 'megal'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GS25에서 시작한 '남혐' 논란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동종업계인 CU와 세븐일레븐은 '허버허버'(남성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뜻하는 용어), '오조오억번'(남성의 정자 갯수를 의미하는 성희롱 용어) 등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남혐 용어'로 지목된 표현들을 사용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도 사이드 메뉴인 '소떡' 관련 홍보 이미지가 남성 혐오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자 공식 사과했다. BBQ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 모두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패션 쇼핑몰 무신사는 현대카드와 진행한 '물물교환' 이벤트 포스터에 담긴 손 모양으로 곤혹을 치렀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도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소비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젠더 갈등은 정치권으로 번지며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GS25 포스터 논란 이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SNS 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핫도그 구워서 손으로 집어 먹는 캠핑은 감성캠핑이 아니라 정신 나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대 들의 대변자로 손꼽히는 이 전 최고위원이 GS25의 포스터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며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의 페이스북에 "소추들의 집단 히스테리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한남을 모독하는 이준석. 초소형 마이크로"라고 저격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돼 버린 58세 여초커뮤니티에 빠진 골방철학자"라고 응수했다.

진 전 교수는 '남혐 논란'과 관련해 "손가락 사인 하나에 바들바들 떨면서 스스로 비참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왜 그렇게 살려고 하는가? 내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 처절한 어리석음에 솔직히 속으로는 눈물이 난다"고 비꼬았다.

대표 극우 정치 성향 유튜브 채널로 꼽히는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 역시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남성의 중요 신체가 작다고? 어디서 신체 비하하고 지X이야? X발 것들아"라며 거친 반응을 보였다.

GS리테일 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의도적인 부분은 단연코 없다.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이러한 논란이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젠더 갈등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젠더 갈등 논란이 많이 확산하면서 조금만 유사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열된 반응이 문제"라며 "논란이 될 만한 홍보물이 아닌데도 너무 비판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물건을 집는 손가락 모양 등은 홍보물에 흔히 쓰이는 이미지"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젠더 갈등의 쟁점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 논란이 한창 진행될 때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과도한 젠더 갈등 프레임들이 우리 사회에 작용하는 것"이라며 "얼마 전 권익위원회 조사에서는 20대 남자들이 가장 열린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 구조에서 조금의 촉발제만 있으면 쟁점화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떠벌림) 되다 보니 실제보다 과대 포장되는 면이 있다"며 "문제 해결이 아닌 이슈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그치니까 우리 사회 이슈 불평등 문제가 약간 과잉 정치화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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