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업체,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매출 급감 우려
CSO 비중 확대에 따른 업계 혼란 가중
"제약·유통업계, 상생 방안 고민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국내 중소제약사들이 의약품 유통 마진을 일제히 줄이면서 의약품 유통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계는 저마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물론 매출 하락까지 겹치며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중소제약사들이 마진 인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양약품은 이달 기존 의약품 유통 수수료를 1% 인하했고, 경보제약도 수수료를 2% 줄이겠다는 방침을 거래 업체에 통보했다.

부광약품은 올 초 기초 약품에 대한 마진을 2% 내렸고, 고려제약도 업체별로 약 2~5% 가량의 마진을 인하했다. 명문제약과 아주약품, 영일제약은 이미 지난해말 각각 1%씩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마진율 인하 문제는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소제약사들은 자체 모임을 통해 마진 인하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제약사의 마진 인하는 결국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활동에 따른 제약이 크다. CSO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판매 촉진 업무를 위탁받은 영업대행 업체다. 현재 CSO는 별다른 허가조건이 없어 단순 유통업으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중소제약사들이 CSO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약사법상 의약품 공급자에 해당되지 않아 유통 질서 위반에 대한 통제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CSO의 비중 확대는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영역 축소로 전가되고 있다. 

이에 제약사가 판매대행 수수료 30~40%, 품목별로 크게는 40~50%를 주고 20% 내외의 일정부분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구조가 생겨났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이 때문에 CSO를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뿐만 아니라 입찰 경쟁 심화 등도 골칫거리다. 의약품 입찰 시장 등의 과도한 경쟁으로 업체들의 이익률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도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마진 인하는 그간 계속 제기돼 왔고, 의약품 업체별로 조건도 상이하다"면서 "유통 마진이 줄어드는 업체에 압박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건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진 이외에도 일련번호 제도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약과 유통업계가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약업계는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규제 법제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고영인, 서영석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수정 의견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제약사들이 CSO 등을 통해 의료인·약사 등에게 우회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 부여를 주요 골자로 한다. 

이같은 CSO 규제안과 관련해 제약업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CSO를 경영 전략 차원에서 이용하기도 하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악용하기도 해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CSO에 부여되는 책임이 강화되고 투명성이 확보돼 영업 과정에서 생기는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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