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후 구조조정 가능성...한앤컴퍼니, 홍 전 회장 고용 승계 언급없어 직원 불안감↑

남양유업 공장 전경.(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공장 전경.(사진-남양유업)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남양유업이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되면서 고강도 경영 쇄신 등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것으로 보인다.  

대리점 갑질 사건부터 최근 불가리스 코로나19 효과 논란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고강도 혁신에 나설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수주체가 사모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그간 안팎에서 지적돼온 폐쇄적인 조직과 인적 쇄신 작업이 먼저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27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51.68%) 등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 전체(53.08%)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직원들은 사모펀드 특성상 지분정리가 마무리된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직원들은 매각 주체인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모두 고용 승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사모펀드에 매각된 기업들 대부분이 대규모 인적쇄신 등 고강도 경영효율화를 추진해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높인 후 되팔아 고수익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 원에 인수해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한 이후 2019년 대만의 퉁이그룹에 2600억 원에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했던 2013년 직원 수 305명에서 매각 당시 274명으로 10% 줄인 바 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인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에 비해 직원수는 많은 반면 매출은 뒤쳐지는 등 직원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남양유업 직원 수는 2244명으로, 매일유업보다 130여 명 더 많다. 반면 매출은 매일유업이 3703억 원인데 반해 남양유업은 2309억 원으로, 1400억 원(60.4%) 가량 적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매일유업이 6억원으로 1억원인 남양유업에 비해 5억원이 낮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성격 자체가 코웨이 같은 동종 업체 이력이 있기 때문에 고강도 기업정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에서도 민감한 부분이라 지켜보고 있으나 주변 시각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 1일 기획마케팅·영업본부, 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했다. 미래전략·경영지원본부는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유지했으며, 신임 수석본부장은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맡게 된다. 김 수석본부장은 생산전략본부장, 기획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을 거쳤다. 조직 개편과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는 지난 2월 정기인사 이후 3개월 만의 조직 개편이다. 기존 대표이사가 관리하던 주력 부서를 분리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하고,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는 한앤컴퍼니는 볼트온 전략으로 남양유업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볼트온 전략은 연관 업종 기업을 집중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실과 경쟁력을 강화해 매각하는 방식이다. 대형 식품기업인 CJ나 SPC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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