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GS25·아워홈·남양유업까지 줄줄이 수장 교체

조만호 무신사 대표.(사진-연합뉴스)
조만호 무신사 대표.(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유통업계가 잇따른 남혐 논란과 도덕성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CEO들의 교체를 단행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논란이 사그러들 때까지 버티거나 잠수를 타다가 다시 복귀하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기업 불매운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을 회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최근 불거진 남혐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신임 대표로는 강정구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이 선임됐다. 무신사는 지난 3월 여성회원들에게만 매달 3장의 할인 쿠폰이 지급되고 있다는 성차별 의혹이 제기되면서 뭇매를 맞았다.

또 지난달에는 오리온제과와 협업한 ‘무신사 하양송이’ 패키지 일러스트, 현대카드와 진행한 ‘물물교환’ 이벤트 포스터 속 손 모양으로 인해 남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면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조 전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해외 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지원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GS리테일도 '남혐 디자인' 논란이 발생한 지 약 한달 만에 조윤성 사장이 교체됐다. 문제의 포스터를 디자인했던 디자이너는 징계를 받았고, 마케팅 팀장은 보직 해임됐다. 

GS25는 지난달 1일 자사 SNS를 통해 캠핑과 관련된 홍보용 포스터를 게시하면서 '메갈리아'의 '손모양'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주먹밥 제품 포장지에 김치를 중국어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해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이에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S리테일과 GS샵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실제 SNS에서는 GS의 약자를 따서 'Gㅏ지 않고 Sㅏ지 않겠다'는 불매 문구도 등장했다.

조 사장은 오는 7월 1일 정기 인사를 통해 편의점 사업부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새로운 편의점 사업부장으로는 오진석 부사장이 선임됐다. GS리테일 측은 "정기 인사의 일부"라고 말했지만 조 사장도 남혐 논란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보복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도 지난 4일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다. 해임된 자리에는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면서 아워홈 경영에 복귀했다. 구 부회장은 당분간 아워홈의 사내이사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역시 지난달 4일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아들인 홍진석 상무도 회삿돈 유용 등의 논란이 알려지며 사임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3107억 원에 매각됐다.

이번 매각으로 홍 전 회장 일가는 196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남양유업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승계해 남양유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논란에 따른 기업 수장들의 줄사퇴가 단순히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고객들의 니즈 파악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일어난 무신사의 경우도 2·30대 남성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부족해 창업자가 물러나게 된 것"이라며 "일부 작은 문제로 인해 오너가 물러나면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세심하게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2·30대 즉 MZ세대는 속도와 전파력이 굉장히 빠르다"며 "세심하고 작은 부분이지만 크게 받아들일 수 있어 기업은 마녀사냥이 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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