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남아항로 컨테이너선사 ‘운임 담합’ 판단
해운업계, 공정위 공동행위 심사보고서 두고 ‘반발’
“공정거래법 아닌 해운법 적용해달라”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10층에서 열린 '해운기업 공동행위 조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10층에서 열린 '해운기업 공동행위 조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사들의 ‘운임담합’ 행위를 두고 제재에 나서자 한국해운협회가 ”해운업계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의거한 정당한 행위“라며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에 따라 조사해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 부회장은 "해운법에서는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다른 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는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어 해운사들의 해운 운임 합의는 합법적이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해상과 선박 관련 법체계는 특수한 환경을 반영해 별도의 법체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해운산업에 대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에 따라 규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의 이번 운임 담합 논란은 지난 2018년 9월 목재합판유통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해운사들을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 담합으로 신고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2019년 8월 목재협회가 신고를 철회했음에도 공정위는 직권인지 조사로 전환해 조사를 이어갔다.

지난달 10일 공정위는 HMM 등 국내 주요 해운사를 상대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해운사의 의견서를 받아 연내 전원회의(심의)를 열고 관련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등을 가릴 방침이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동행위가 해운법 등에 따른 정당한 행위일 경우 법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해운사들은 화주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고 해양수산부에 신고 등 행위절차가 불철저했으며 선사들의 자유로운 입탈퇴 보장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HMM 등 국적 12개 선사와 외국적 7개국 11개선사 등이 한-동남아항로에서 총 122차례의 운임관련 합의와 시행이 있었다고 심사했다. 이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 선사별 동남아항로 관련 매출액의 8.5~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심사보고서를 두고 해운협회의 반발은 거센 상태다. 해운협회는 해운법에 따른 행위 요건을 모두 충족했으며, 설사 행위 절차에 대한 미비 사항이 있어도 특별법인 해운법에서 규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1981년 해운기업 공동행위 등록 및 시행인가를 이미 받았고, 화주 단체와의 사전협의와 해수부 신고, 입·탈퇴의 자유로움 등 모든 해운법에 대한 요건을 충족해 정당한 공동행위다"며 "행위 절차가 미비하더라도 공동행위는 해운법에서 규율해야지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할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해운협회는 공정위의 제재로 인해 해운산업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해운산업 재건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국가정책에 전면 배치되는 심사 결과이며 과징금 부과로 선사의 자산 매각 등이 이뤄져 선복 부족 현상 심화로 운임 상승과 물류 마비 등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에서 주장하는 과징금이 총 5천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과징금이 부과되면 외국과의 외교 마찰과 보복 조치가 우려될 수 있으며, 동남아 항로에서 원만한 수출입 해상운송 서비스 제공이 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공동으로 법무법인을 지정해 공정위 판단에 대응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해양수산부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있으며 공정위에 해운법에 따른 조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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