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플랫폼의 상호 인정 또는 국제 표준화 시급

현재 백신여권은 국제표준이 없고, 도입돼도 자국 내에서만 주로 사용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백신여권은 국제표준이 없고, 도입돼도 자국 내에서만 주로 사용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규복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세계가 서서히 닫았던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

미국이 전면적인 경제활동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 1일부터 모든 회원국에 코로나19 ‘백신 여권’을 도입키로 합의했다.

이 같은 세계의 움직임에 해외여행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도 커지고 있지만 표준화되지 않은 백신여권 플랫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일 DPA 통신은 14일(현지 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 EU 순회 의장국인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백신여권 관련 규정에 최종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유럽은 ‘국경 없는’ 유럽”이라며 “EU 백신여권으로 회원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디지털 인증서다.

EU는 백신 접종자 외에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거나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도 백신 여권을 발급할 방침이다.

앞서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EU 차원의 정식승인 이전부터 백신여권을 발급해 왔다. 대다수 회원국은 백신여권 소지자에게 격리와 의무검사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PA 통신은 “유럽인 수백만 명이 백신 여권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혜택은 결국 각국 정부의 결정 사항인 만큼 회원국마다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정부도 백신 접종을 통해 안정화된 국가들을 우선으로 백신여권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만 실제 백신여권 도입을 위해서는 국가 간 접종과 상호주의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백신여권은 기본적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해 진행되기에 외국의 상황에 따라 우리도 좌우될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외국의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정례적인 해외입국자들에 대한 방역 대책과 함께 적용 가능한 방안들에 대한 실무적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이르면 7월부터 방역 신뢰 국가를 상대로 '트래블 버블'을 형성하는 방안을 먼저 추진한다.

트레블 버블은 방역 관리 부문에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에 격리를 면제해 일반 여행 목적의 국제 이동을 재개하는 것을 말한다. PCR 음성확인서와 예방접종증명서를 제출하고, 도착 후에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가 면제된다.

정부는 방역 신뢰 국가와 협의를 거쳐 트레블 버블을 합의한 후 방역당국과 함께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세워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싱가포르를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우리나라와 트레블 버블 추진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가들이 각자 개발 중인 플랫폼을 상호 인정하거나 국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일 '글로벌 백신여권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해 전 세계 관광객은 전년대비 73%(10억7000만명) 급감하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2조달러(2228조원)를 넘어서는 등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또 출입국 시 자가격리 등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까운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다녀올 경우 출입국 절차와 자가격리로 최대 42일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국가들은 백신여권 도입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국민 77%가 해외여행 시 백신여권을 소지하는 것을 찬성했고, 공연장이나 경기장을 입장할 때 백신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도 68%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백신여권은 국제표준이 없고, 도입돼도 자국 내에서만 주로 사용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백신여권을 도입한 이스라엘과 덴마크, 중국, 미국 뉴욕주 등도 해외 입출국 시 인정되는 백신여권은 없다. 이에 각국이 개발 중인 백신 여권 플랫폼을 상호 인정하거나 국제 표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승인된 백신이 국가별로 다른 상황에서 자국이 승인하지 않은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국가들이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건강정보와 동선 노출 등 개인정보 침해와 백신 확보가 늦은 국가 국민에 대한 차별, 면역 유효기간 논란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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