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인수의사 통보…21일 최종 인수자 확정
부채·노사 갈등·LCC 출혈 경쟁 등 과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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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한 차례의 매각 실패를 겪은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이 사실상 중견건설업체 ㈜성정으로 내정됐다. 1년 넘게 셧다운 된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이 가능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정의 자금동원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이스타항공의 2500억원 가량의 부채를 떠안을 경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이날 오전 매각주관사를 통해 서울회생법원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제출했다. 인수금액은 약 1100억원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오는 21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사전에 우선매수권자를 정해놓는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스타항공은 성정에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 뒤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했고, 공개 입찰에서 쌍방울그룹이 단독 입찰하면서 2파전이 됐다.

가계약 당시 성정은 1000억원 가량의 투자 계약을 체결해 쌍방울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보다 100억원 가량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정은 인수 금액을 높여 쌍방울과 동일한 금액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일한 금액이더라도 성정이 매수권 행사 의사를 밝히면 서울회생법원은 성정을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자로 확정하게 된다. 자금 조달 등에서 결격 사유가 있으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지만, 성정이 쌍방울그룹이 제시한 금액과 조건을 수용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는 사실상 확정됐다.

성정은 과거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항공의 인수전에도 참여했던 전적이 있는 만큼 항공업계 진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 부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임대업, 부동산개발업 등을 진행 중이며 항공업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성정 59억원, 백제컨트리클럽 179억원, 대국건설산업은 146억원 등 총 384억여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성정 5억원, 백제컨트리클럽 59억원, 대국건설산업 68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자산은 3사 합계 1428억원 규모다.

아버지인 형남순 회장과 자녀 형동훈 대표 등의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기업으로 성정 지분은 형동훈 대표 48.32%, 형제인 형선주 씨가 47.63%, 형남순 회장이 4.05%를 갖고 있다.

매출액 등의 규모만 놓고 보면 큰 회사는 아니지만 오너 일가의 자본력이 탄탄해 이를 이스타항공을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은 다음달 초 이스타항공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부채 상환, 유상증자 등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다음달 20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성정, 인수 후에도 경영정상화 '첩첩산중'…해결과제 산적

하지만 이스타항공을 인수해도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매각을 앞둔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성정의 인수가 기사회생이지만 2000억원대 채무와 해직노동자 문제,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 등 난제들을 고려하면 경영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 인수했다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자가 갚아야 할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700억원대로 추산된다. 여기에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약 1850억원이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부채 2500억원 가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채무비율 조정으로 부채가 일부 탕감될 수 있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

우선 국내선 운항을 목표로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을 위한 비용이 약 100억원 가량 투입될 전망된다. AOC 발급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이스타항공은 연내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획대로 연내 재취득이 이뤄진다고 해도 항공기 리스료와 재가동에 투입되는 비용,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당장 수익을 창출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인수 후에도 상당기간 재무적 부담은 인수자가 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운항을 재개하더라도 항공업계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LCC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최근 신생업체인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까지 진입했다. 현재 국내선은 협소한 내수시장 내에서 과도한 저가 항공권으로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선 운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탓에 적자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지역에 12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운항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악화된 노사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직원 605명을 해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진 상태다. 다만 이스타항공 노조는 인수 기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이미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당액이 체불돼 있는 만큼 성공적인 매각과 급여 보전 등을 위해 한발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항공기 4대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이 중 2대는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맥스8' 기종이다. 당장 운용할 수 있는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 2대가 전부인 셈이다. 항공기 추가 리스 등을 통해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시간과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성정은 골프 및 레저 숙박 사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항공 업황 회복 시점을 가늠할 수 없어 인수 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정이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동원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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