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가까운 폭염에 캐나다 69명 사망… 러시아 북극권도 30도 ‘기현상’

‘열돔’ 현상으로 인해 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적했던 북미 곳곳에서 연일 혹독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열돔’ 현상으로 인해 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적했던 북미 곳곳에서 연일 혹독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규복 기자] 북미 서부를 강타한 기록적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에서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연방경찰은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인근에 있는 도시 버너비와 서리에서 하루 동안 6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대부분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자라고 밝혔다.

연방경찰 측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다수의 사망 원인에는 더위가 일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지역의 기온은 화씨 118도(섭씨 47.9도)를 기록해, 이틀 연속 캐나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덥기로 유명한 중동의 아부다비보다 더 뜨거운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30일 온도가 화씨 120도(섭씨 48.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폭염이 100여년 만의 일이라고 CNN 기상 예보관 마이클 가이는 말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역시 경보를 내리며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에 머무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이날 수은주가 섭씨 42.2도까지 올라갔다. 시애틀 남쪽에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26일 41.7도, 27일 44.4도를 기록하더니 28일에는 46.1도까지 올라가며 사흘 연속으로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포틀랜드에서는 불볕더위 때문에 고속 경전철과 전차 운행이 중단됐다. 일부 야외 수영장도 영업을 접었다. 직원들이 밖에서 일하기엔 너무 더워서다.

시애틀에선 일부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튜브로 된 수영장에서 열을 식히거나 호수를 찾았다.

폭염은 미국 서부 남쪽을 강타한 뒤 시애틀과 포틀랜드 등에서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북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사는 2000만여명에게 폭염경보·주의보가 내려졌다고 CNN은 전했다.

NWS 보이시 지부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600명이 넘는 사람이 더위 때문에 사망한다. 당신에게도 이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폭염을 두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고 분석했으며, 폭염이 갈수록 위협적으로 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외신들은 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정체하면서 반구형 지붕처럼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열돔’ 현상으로 인해 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적했던 북미 곳곳에서 연일 혹독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후 과학자 마이클 맨은 “기후 변화가 폭염을 더 빈번하고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구를 더 덥게 하면 극단적인 폭염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열돔의 강도는 수천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정도인 통계적으로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밝혔다.

북미 지역뿐 아니라 유럽도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남유럽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는 지난 21일 무려 43.7도까지 치솟았다. 독일에서는 지난 20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비슷한 시기 오스트리아에서는 밤 최저기온이 20도 이상인 열대야가 지속됐다. 북유럽의 핀란드 헬싱키는 지난 21일 31.7도를 기록하면서 1952년 작성된 6월 최고기온을 갈아치운 바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낮 기온이 각각 34.8도, 35.9도까지 올라 자국의 6월 신기록을 수립했다. 러시아 북극권에서도 최근 들어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갈수록 위협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은 온난화와 관련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인용,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염이 대규모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0.4도 즉,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를 경우 지구 인구의 14%가 5년마다 최소 한 차례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내년 2월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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