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무고객 경마로 축산발전기금 '0원'…말산업 종사자들 생존 위기
축산경마산업비대위, 김현수 장관 퇴진ㆍ온라인 마권발매 입법화 촉구
사행성 조장보다 불법 온라인 도박이 폐해 심각...해외 온라인 경마 합법화

(사진=마사회)
(사진=마사회)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마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 단체들이 말산업 회생 대책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고객 경마'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말산업 자체가 고사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법적으로 금지된 온라인 경마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관련업계와 마사회 등에 따르면 19개 말산업 단체가 참여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3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사진=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지난 13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사진=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는 이날 오전 8시 경주마 승용마 30여두와 말을 수송하는 차량을 동원하여 시위를 시작했다. 마필 30여두와 수송차량의 순회 시위는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주변 도로에서 9시30분까지 계속되었다. 본 대회는 오전11시에 시작되었다. 500여명의 말산업 종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펼쳐진 결의대회는 참가단체 소개, 대회사, 경과보고, 모두발언, 동영상 상영, 결의문 낭독, 구호제창 등으로 이어졌다. 결의대회 도중 일부 참가자는 30여두의 마필과 수송차량을 이용해 도로 순회 시위를 계속했다.

비대위는 코로나19와 K-방역으로 생활 패턴 자체가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고 있지만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농림축삭식품부만이 현 상황을 외면하고 경마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있는 김현수 장관 퇴진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김 장관이 ‘국민정서’를 이유로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는 오히려 방역대책에 역행하고 국민들도 왜 온라인 발매를 안하는가 의아해한다”고 전했다.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농림부만 온라인 마권 발매를 반대하며 방역대책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으나 김현수 장관의 반대로 법안소위 통과가 무산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 경마가 시행되지 않아 전국 2만4천여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이 장관 한 사람으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를 반대하는 김현수 장관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승남·윤재갑, 국민의힘 정운천·이만희 의원 등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 4명은 각각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비대위는 김현수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청사 진입 시위를 벌였다. 청사진입중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 대표 5명만 청사 진입에 성공하여 김현수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현수 농림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정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대위 임원들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복권이나 스포츠토토는 온라인 발매는 물론이며 전국 7000여 개의 판매소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마권은 3개의 경마공원과 28개 장외발매소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또한 "경마는 경주마의 능력 70%, 기수의 능력이 30%가 적용되어 사행성이 다른 스포츠보다 현저히 낮고 다른 나라에서는 ‘스포츠의 왕’으로 대접받지만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홀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김 장관이 방역대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2만 4000여 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이 한사람 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경주마 생산농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평생 일구고 가꿔온 일터를 잃을 처지에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경마에 대한 온라인 발매를 즉각 도입하지 않을 경우 김현수 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투쟁을 높일 계획"이라며 "이후 벌어질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김현수 장관이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2월 말 말 산업이 붕괴되었고, 말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2만4000여명의 생활이 파탄나고 생존권이 박탈되었다"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사상 최대 적자 기록과 유보금까지 바닥났으며 우리나라 말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으로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나 제도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비대위는 "지난해 비대위를 발족하고 국회와 농림부에 온라인 마권발매 부활을 촉구했지만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경륜과 경정이 온라인 발매가 합법화되는 동안 농식품부는 오히려 앞장서서 마권 온라인 발매 반대 목소리만 높였다는 것을 말산업 종사자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조했다.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사진=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사진=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관계자는 "김현수 장관은 국민정서를 운운하지만 장관의 정서 때문에 2만4000여 명의 생계가 내동댕이쳐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비대위는 수차례 국회와 청와대, 농식품부 앞에서 말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공허한 외침이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대위는 자신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즉각 온라인 발매가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김현수 장관 퇴진을 포함해 투쟁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말산업 관련 단체들이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연일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을 촉구하고 농산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이유는 무고객 경마 시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마사회는 작년 2월 23일부터 기수, 조교사의 생계를 보장하고 경주마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무고객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고객 경마'는 비용 발생이 많은 반면 매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축산발전기금의 손실로 이어지면서 말 산업 생존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권매출액의 73%가 고객들에게 환급되고 18%가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된다. 2019년 국세, 지방세, 축산발전기금 납부액은 1조 5000억 원이었다. 지방세인 레저세, 지방교육세는 경마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되고 국세인 농어촌특별세와 축산발전기금은 말산업을 비롯한 농축산업 유지에 보탬이 된다.

마사회는 이익금의 70% 전액을 축산발전기금에 납부한다. 축산발전기금은 197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조 1578억 원이 조성됐는데 그 중 한국마사회 납입금이 3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축산발전기금은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고 수입 축산물이 밀려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 축산물과 축산농민을 보호하는 방패 구실을 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경마 시행으로 올해 마사회는 축산발전기금을 한 푼도 출연하지 못했다.

같은 경주류 사행산업인 경륜, 경정과 비교하면 축산경마비대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경륜, 경정도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86% 감소해 국민체육진흥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청소년육성기금 등의 기금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온라인 발매제도 도입을 위한 경륜‧경정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경륜‧경정은 다음달 6일부터 온라인 발매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사진=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발매 즉각시행'하라고 촉구했다.(사진=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전문가들은 농림부가 온라인 경마를 허용할 경우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온라인 경마보다는 온라인을 이용한 불법도박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며 불법도박의 온라인 비중도 높아지다. 지난 3월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운영해 온 1000억 원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사행산업이 각종 규제 하에서 국경 내 오프라인에서만 운영되고 있을 때 불법도박은 온라인에서 국경을 넘나든다”면서 “외국에서는 불법도박을 차단하기 위한 일환으로 온라인 발매채널에 무게 중심을 두고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2012년부터 온라인 스포츠베팅 라이선스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사행산업 컨설팅 회사인 GBGC에 따르면 독일의 합법사행산업 규모는 2011년 1287만 달러에서 2012년 5543만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2011년 4억 3777만 달러에서 2012년 2억 1612만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불법도박시장 수요가 합법사행산업에 그대로 흡수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발매가 합법화되는 것만으로도 불법도박에 대한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차츰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웃나라인 프랑스는 2010년에,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온라인 발매를 허용했다. 온라인 발매를 허용한 국가들은 불법도박시장 규모를 축소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었다.

이같이 온라인 발매는 보편화 추세지만 국내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는 허용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막아두기만 하니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합법경마가 중단된 기간 동안에는 무관중경마로 시행되는 외국 경주를 불법으로 수입해서 베팅하는 행태가 성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만 온라인 발매를 규제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온라인 발매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는 불법시장으로의 이탈 유인을 제공하고 이는 곧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과 세수 누락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에 조사한 불법사설경마 실태에 따르면 국내 불법사설경마 규모는 1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합법경마산업의 2배에 육박하며 이로 인한 조세 포탈액은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동 조사에 따르면 불법사설경마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약 85%가 한국마사회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작하면 합법 발매를 이용하겠다고 답변했고 70%가 한국마사회가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하면 불법사설경마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사설경마사이트의 경우 고액 배당이 적중되면 환급금을 미지급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등 ‘먹튀’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는 합법경마가 훨씬 안전하다”며 “정부가 온라인 경마를 허용하면 극단적인 도박 이용자들을 정부의 통제 가능한 영역에 둠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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