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두고 연일 고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어설픈 고점 경고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해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국내 연구기관·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집값 조정 시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중 집값이 펀더멘털(기초 체력) 대비 과도하게 올라 부동산 분야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가 집값 고점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30일에도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5일 “지금 집을 무리하게 구매해도 2~3년 후에 집값이 내릴 수 있다”며 “무리하게 대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것)에 나선다면 나중에 집을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서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 달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집값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2일 발표한 7월 3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19% 올라 지난주(0.15%)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7월 1주차(0.15%)에 기록한 올해 최대 상승폭을 또 다시 넘어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적재적소 공급을 통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워야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정부의 2·4 공급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52곳 중 27곳은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그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번만은 자신 있다고 했던 대책들은 늘 실제 부동산 시장과는 따로 놀았고 오히려 시장을 더 자극했다. 

아울러 당정은 당초 장려했던 임대사업사임대사업자 등록제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예고했던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철회하는 등 아니면 말고식으로 정책을 운용해 신뢰를 떨어트렸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집값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최대 요인인 공급 부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말로만 공급폭탄을 외칠뿐 실질적인 공급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주택 시장 안정의 관건은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정부는 공허한 고점 경고 대신 이 믿음을 줘야한다.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정부가 지금이 집값 안정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가시적인 주택 공급에 적극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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