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36년만...보관·유통 문제 우려도
유통기한보다 길어 식품 폐기 감소 기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오는 2023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된다. 식품의 불필요한 폐기를 막고 사용 기한을 다소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관·유통 문제에 따른 제품 변질과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985년 유통기한 제도 도입 이후 36년 만이다.

현행법상 식품에는 제조연원일,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 등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최종기간을 뜻한다. 해당 기간이 경과해도 섭취가 가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언제까지 섭취해도 되는지 몰라 그동안 유통기한이 경과된 식품은 식품상태와 관계 없이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유통기한은 소비기한의 60~80% 수준에서 설정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나도 보관 조건을 준수했다면 소비기한 내에는 해당 식품을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소비기한은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경우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식품 소비의 최종기한을 말한다. 소비기한은 원료, 제조방법, 포장법 등을 고려해 맨눈 검사, 미생물 측정 등 실험을 통해 설정한다. 

이번 소비기한 도입으로 인해 두부,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14일에서 17일로, 빵류는 3일에서 4일로 늘어날 것으로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국민의 인식 전환 문제와 법 개정에 따른 업계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우유 등 유통과정에서 변질이 쉬운 품목에 대해서는 유예 기간을 좀 더 연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구두약 초콜릿, 우유팩 샴푸 등 식품이 아닌 물품의 외형을 모방한 이른바 ‘펀슈머’ 식품의 표시·광고를 금지시키고 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화장품 판매도 금지한다.

유럽연합(EU) 등 대다수의 국가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도 2018년 국제식품기준규격에서 유통기한 제도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제를 권고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소비기한을 사용하면서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왔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관련법 개정을 주도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소비기한 도입으로 인한 폐기물 감소로 가정은 연 8800억원, 식품업체는 5300억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필요한 식품 폐기를 막기 위한 법개정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 판매기한이 늘어나면 유통 과정에서 적정 냉장온도 준수가 중요한데, 소비기한이 긴 제품이 변질될 경우 책임 소재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유통매장의 법적 냉장온도 준수율은 70~80% 정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행 0~10도인 냉장보관 기준을 0~5도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으로 변경하게 되면 식품의 적정 냉장온도 유지가 매우 중요해진다"며 "제품 보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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