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유일 국적해운사인 HMM이 지난 2일 77일만에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가까스로 물류 대란을 피했다. 자칫 선박이 멈춰 국가경제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갈 뻔 했지만 노사 합의로 급한 불은 껐다.

한 발 양보한 노조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한발 양보해 노조가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HMM에 따르면 노사는 임금 7.9% 인상과 격려금 및 장려금 650% 지급 등에 합의했다. 노조가 협상과정에서 제시했던 임금인상률이었던 25%에 비해서는 낮은 인상률이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물류 대란이 불가피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많이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은 양노조가 힘을 합치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느꼈을 것"이라며 "투쟁은 잠시 중단한 것이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늘만 넘기려는 태도를 취한다면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 협상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은 일찌감치 합의를 봤지만, 3년간 임금 조정과 관련한 TF를 구성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 노사 간 이견이 컸다고 털어놨다. 해당 문구 한 줄을 합의안에 넣는 데에만 전날 밤부터 9시간이 넘는 교섭이 이뤄졌다.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은 “올해 임금 인상과 성과급에 대해선 상당히 양보했지만, 앞으로 직원들이 희망을 품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측에 3년간 ‘임금 정상화’를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사측은 지난 10년 중 8년 동안 임금이 동결돼 실질적으로 임금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HMM의 규모와 매출액, 영업이익에 걸맞은 수준의 임금이 책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HMM 영업이익은 지난해 9800억여원, 올해 상반기 2조4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MM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임에도 직원 평균 연봉이 6900만원 수준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팬오션 등 다른 해운사보다 2000만원 가량 적다. 장기화된 해운업 불황의 여파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임금이 동결돼온 탓이다. 육상직원은 2012년 이후 8년, 선원직원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6년을 제외하고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돼 왔다.

반면 업무 강도는 높다. 선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한 달 동안 총 313시간을 근무하는 직원도 있으며 1년 동안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못 지키면서 아이들이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고 배우자는 과부라고 손가락질 받다 이혼하고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하소연이다. 노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앞으로 3년 내 임금 정상화와 처우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의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면 그동안 악조건 속에서도 일선 현장을 지키며 회사 정상화에 앞장서온 직원들의 헌신에 보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한다.

HMM의 중장기 발전 및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이번 위기를 발판삼아 더욱 노사가 힘을 모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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