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주택공급 부족한 상황... 자칫하면 희망고문 될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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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청년층의 청약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청약제도를 개편한다. 민간분양 아파트 특별공급에 추첨제를 도입해 문턱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청약제도 개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회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를 일부 개편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1인 가구와 맞벌이로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신혼부부 가구에 특별공급 청약기회를 부여하고, 무자녀 신혼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주택소유 이력이 없고,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했으며,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160% 이하인 사람에게 공급됐다.

그러나 ‘혼인 중’이거나 ‘유자녀 가구’로 자격을 한정하고 있어 1인 가구나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는 주택구입 경험이 없어도 생애최초특별공급 신청이 불가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를 넘는 대기업 맞벌이 신혼 등은 소득기준을 초과해 특별공급 신청이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의 30%에 대해서는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분양주택 공급량의 대부분(약 90%)을 차지하는 민영주택에만 적용하며, 저소득층·다자녀 가구 등 배려 차원에서 국민주택(공공분양)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의 70%를 배정했던 우선공급(소득기준 130%이하)은 50%로, 30%였던 일반공급(소득기준 160% 이하)은 20%로 줄어든다.

지난해 공급실적 기준 민영 신혼·생애최초 특공물량은 약 6만 가구(신혼 4만가구, 생애최초 2만가구)다. 이 중 30%를 적용하면 약 1만 8000가구(신혼 1만 2000가구, 생애최초 6000가구)가 추첨 방식이 되는 셈이다.

1인 가구도 특별공급 청약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혼인 중이거나 미혼인 자녀가 있어야 신청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30% 추첨 물량에 1인 가구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60㎡ 이하의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운영방식은 소득 요건을 따지는 70% 물량에 대해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30%는 우선 공급 탈락자와 함께 이번에 새로 편입된 대상자를 합쳐 추첨한다.

아울러 '금수저 특별공급'을 막기 위한 조치로,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의 160%를 초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산기준(부동산 가액 약 3억 3000만원 이하)을 적용해 제한한다. 3인 가구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60%는 964만 8256원이다. 4인 가구 기준 160%는 1135만 728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공급 개편으로 그동안 청약시장에서 소외돼 기축 매매시장으로 쏠렸던 청년층 등의 수요를 신규 청약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11월 이후 확대 도입될 민영주택 사전청약 부터 적용해 청년층 등의 청약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청약제도 개편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신청자격이 안되거나, 신청은 되더라도 가점취득이 어려워 당첨가능성이 극히 낮은 분들에게 이번 개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또 “완화된 요건을 민영주택에게만 적용한다는 것도 긍정적”이라며 “청약제도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민주택(공공분양)의 경우에는 저소득층·다자녀가구같은 (상대적인) 사회취약계층들에게 더 넓은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해 1.8만가구라는 공급 총량이 충분한 물량은 아닌데다 우선공급 후, 탈락가구를 포함해 추첨을 실시하다 보니 실제 1인가구, 무자녀 또는 고소득 신혼부부의 특공 공급 체감이 높은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고문이 되지 않고 충분한 청약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주택 공급총량부터 높이는 것이 우선이겠으며 3기신도시 등 발굴한 택지들의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제도는 잘 마련했으나 공급받을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를 많이 늘렸기 때문에 로또청약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대한부동산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를 많이 늘렸기 때문에 로또 청약을 양산하지 않도록 청약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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