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A씨가 위층에 사는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러 40대 부부가 숨지고 60대 부모가 크게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위층 일가족과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이러한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폭발해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같은달 18일 경남 통영시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갈등을 빚던 한 주민이 손도끼를 휘두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같은달 16일엔 인천의 한 빌라에서는 50대 남성이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랫집 주민에게 흉기를 던져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문제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사례는 총 4만 2250건으로 전년 2만 6257건보다 60.9% 늘었다. 

문제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층간소음은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지난 2014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발소리 같은 직접 충격 소음은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에 1분간 평균 43dB(데시벨)을 넘거나, 57dB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번 이상 발생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환경부의 ‘층간소음 상담매뉴얼 및 민원사례집’에 따르면 아이 뛰는 소리가 40dB 수준으로 층간소음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웃사이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준을 초과했다고 인정된 사례는 1654건 중 122건(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행법상 층간소음 처벌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죄로 10만원 이하 벌금에 그쳐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도 층간소음 분쟁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자치단체가 단지별로 5%의 가구를 뽑아 소음 차단 능력을 의무적으로 측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권고 기준에 미달 돼도 지자체가 시공사에 보완시공 권고 정도만 요구할 수 있을 뿐, 강제 권한은 없어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매년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정부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내놓은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는 강제 권한이 없는 만큼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층간소음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키워드

#층간소음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