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지난 25일 오전 11시, 전국적으로 KT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장장 1시간 넘는 인터넷 ‘먹통’으로 일상이 올스톱 됐다.

전국 유무선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IPTV 등은 물론 KT 통신망을 이용하는 주요 대형 사이트들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점심시간까지 겹친 탓에 일부 식당·상점 등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계좌이체를 받기도 했으며, 계좌이체를 위한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는 사람들은 현금을 구하고 나섰다. 일부 배달플랫폼도 이용할 수 없어 소상공인들은 장사에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KT는 전화, 인터넷, 카드단말기까지 한꺼번에 먹통이 된 이번 사태에 대해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으로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했다가 네트워크 설정 문제였다고 말을 바꿨다.

KT 인터넷 장애의 시작은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 진행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작업에서 발생한 명령어 누락 오류 때문이었다. KT의 네트워크 장애가 설비 교체 중 벌어진 실수 탓으로 확인되면서 KT의 보안 역량과 외부 대응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KT가 장애를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25일 오전 11시 20분이다. 통신재난의 불씨가 된 부산 지역 라우팅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따지면 4분 후였다.

KT는 초기에 디도스 공격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장애 인지 20분 후인 11시 40분 과기정통부에 사이버 공격 신고를 했다. 실제 장애 원인이 라우팅 오류였음을 파악하고 과기정통부에 다시 알린 것은 그로부터 4분이 더 지난 11시 44분이었다.

결국 KT는 장애 인지 후에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24분간 엉뚱한 대응을 하는 바람에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다.

KT 새노조는 "디도스 대응 상품을 판매하기까지 하는 KT가 인터넷 장애 원인이 디도스 때문인지 여부도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T는 네트워크 장애사고를 낸지 1주 만에 가입자당 평균 1000원, 소상공인 평균 7000∼8000원 수준의 보상안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KT가 내놓은 개인·기업고객 보상액 책정 기준은 지난달 25일 발생한 실제 장애시간인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분 요금이다. KT는 소상공인 고객에게 별도 기준을 적용해 10일분 요금을 보상키로 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89분간 전국이 마비됐는데 보상이 고작 천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카드결제가 안 돼 점심 매출을 날렸는데 한 끼 밥값으로 떼운다는게 말이 되냐” 등 보상규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KT 측은 “약관과 별개로 나름대로 최선의 보상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이 체감하는 손해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KT가 자영업자들의 피해규모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피해신고센터를 즉각 구성하고, 불통된 시간 동안의 이용요금 감면이 아닌 실제 발생한 피해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미 KT에 한 번 신뢰를 잃었다. 떨어진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진정한 사과와 그에 걸맞는 보상이 마련돼야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이에 대한 대책을 사과와 함께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고객들의 불만을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수습한다면 무너진 고객과의 신뢰 관계는 회복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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