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휠로더 등 중장비 운영 차질 우려
건설노조 “요소수 가격 10배 급등... 감당 어려워”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중장비 대부분이 요소수 없이는 가동할 수 없어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미리 확보해 놓은 요소수가 있기 때문에 현재 공사 중단이나 지연 등의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요소수 공급대란이 장기화한다면 국내 여러 건설현장이 멈춰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생산되는 굴착기, 휠로더 등 건설장비는 대부분 디젤엔진이어서 환경규제에 맞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탑재된다. 따라서 작동을 위해선 요소수 투입이 필수적이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14t급 휠굴착기의 경우 4∼5일마다 요소수 10ℓ 1통이 필요하다. 이보다 큰 대형 굴착기는 작업 정도에 따라 하루에 1통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중 당장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을 겪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 요소수 부족이 이어지면 장비 운용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수입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공사 일정에 맞춰 요소수 비축분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품귀사태로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생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본인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최근 요수수 가격이 급등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만원도 안하던 요소수가 최근 3만∼5만원으로 올랐고, 1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며 “요소수를 자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특수고용직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그나마도 요소수를 구할 수 없어 일손을 놓을 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주일, 길어도 보름이면 남은 요소수를 다 쓰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즉각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요소수 공급 해결 △요소수 매점매석 규제 및 처벌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이 중지된 건설기계 노동자 구제방안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요소수 품귀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비상점검 체계 가동하는 등 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호주에서 요소수 2만 7000ℓ를 긴급 공수하고 군이 비축한 요소수 20만여 ℓ를 풀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해외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민들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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