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사상 최대, 역대 최대, 3분기만에 지난해 순익 초과 달성. 최근 은행들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경영실적 자료에 나온 ‘자화자찬’ 섞인 말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최대 실적 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경영혁신이나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라기보다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배경에는 이자수익 증가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14조361억원에 달한다.

금융지주의 은행들은 이자 이익 부문이 크게 확대되면서 3분기 누적 사상 최대인 7조50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은행들은 4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지속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담보비율이 90% 안팎이어서 부실 우려가 적은데다 한국은행이 이달 중 금리를 또 한차례 올릴 경우 막대한 이자이익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가계들이 빚더미에 짖눌려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당에 은행들이 어마어마한 이익을 냈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코로나19가 2년간 지속되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이용해 과도한 이자놀이로 서민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말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6%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가중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이 72% 정도임을 감안할 때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1조 8000억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 2000억원 늘어난다.

한은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또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영업자, 중소기업, 가계는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반면 은행들의 우대금리는 정부의 대출옥죄기에 힘입어 0.5%포인트 이상 줄었다.

물론 은행도 자선기관이 아닌 만큼 수익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익추구가 제일명제인 사기업들과 달리 금융기관들은 공익성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민생의 고통을 덜기 위해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 등 힘겨운 금융 소비자들을 상대로 엄청난 이익을 냈다는 것에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냈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했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 은행들은 정치권과 금융소비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자가 약정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때 내야 하는 돈이다. 통상 신용대출은 상환액의 0.6~0.8%, 주택담보대출은 1% 초반 수준이다.

은행들은 아직 연말까지 대출 여력도 남은 데다 수익성을 고려하면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약정을 위반 했을 때 비용 손실을 감안해 부과하는 수수료 성격을 갖는데 무조건 면제하는 것은 시장 논리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예대마진이 커지는 상황에 은행들이 올해 3분기까지 높은 수익을 내고도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 동참하지 않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출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올라온 해당 청원 글에는 하루 만에 6000명의 동의가 몰렸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 주택매매, 전세거래 관련 대출 등으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한 상태에서 이자 이익으로 큰 이윤을 거둔 은행들이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말고 사회적 책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은 여타 산업과 달리 서민금융 지원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공적 역할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포용적 금융’의 함의를 돌이켜봤으면 한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보듬어 주기위한 은행들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