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새로운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가 기존의 게임산업의 한계성을 뛰어넘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NFT와 가상화폐를 적용한 게임을 만들거나 개발을 검토 중이다. 다만 NFT 기술이 적용된 P2E 게임은 현재 게임 아이템 및 재화의 ‘환금성’이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NFT 사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사행성 조장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게임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P2E(Play to Earn)’으로 들썩이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은 일제히 대체불가토큰(NFT) 적용 게임 출시를 선언하며 이른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 시장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의 결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한 P2E이 그간 게임업계에 통용되어온 ‘돈 써야 이기는 P2W(Pay to Win)’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 복제와 위변조를 막고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 모든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고 복제할 수 없다. 즉 복제가 쉬운 온라인 공간에 소유권과 희소성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게임은 이러한 NFT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NFT 기반 게임은 아이템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든다. NFT 장터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며, 이를 암호화폐로도 바꿀 수도 있다. 게임사는 이용자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NFT 기반 게임 아이템을 통해 '소유욕'을 자극할 수 있다. 아이템 복사도 막을 수 있다.

국내 업계 P2E의 선두주자는 위메이드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구축해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여온 위메이드는 MMORPG 게임 '미르4'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킨 '미르4'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여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 ‘미르4’ 글로벌은 동시 접속자 수가 130만명을 돌파했다.

미르4 유저는 게임 내 아이템인 ‘흑철’ 10만개를 모으면 게임 코인 ‘드레이코’와 바꿀 수 있다. 드레이코는 암호화폐 위믹스와 1대1로 교환할 수 있고,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특히 위메이드는 드레이코에 더비(Derby, Daily Exchange Rate By Yield)라는 이자 개념을 적용했다. 이는 드레이코를 흑철로 교환할 때 드레이코를 제련하기 위해 사용된 10만 흑철에 더해 교환 전일까지의 게임 내 누적 흑철 채굴량의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이자를 플러스로 지급하는 교환 비율이다. 인게임 경제와 현실 경제 간 유기적인 연결까지 고려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르4의 캐릭터에는 NFT 기술이 적용됐다. 이용자는 캐릭터를 NFT화해 위믹스 월렛에서 거래할 수 있다.

나아가 위메이드는 내년 말까지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하는 블록체인 게임 100개 출시를 목표로 위믹스 생태계 확장에 나선 상태다.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래먹거리로 NFT를 낙점하고 향후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그간 무리한 과금 모델(BM)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엔씨의 NFT 진출 선언은 파급력이 상당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중 NFT, 블록체인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엔씨의 대표 지식재산(IP) ‘리니지’에도 NFT 기술이 도입이 유력시 된다.

이와 관련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느 게임에 적용될 것인지는 말씀을 안드려도 잘 아실 것"이라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적용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로스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로 진화시키는 것이 중장기적인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넷마블도 블록체인과 NFT를 연계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블록체인과 NFT를 게임과 연계하는 부분을 현재 개발 중"이라며 "내년 초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스포츠와 게임, 메타버스에 특화한 NFT 거래소를 개발 중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5월 ‘보라코인’ 발행 업체 웨이투빗과 프렌즈게임즈를 합병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게임빌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 게임 전문 플랫폼인 ‘하이브(Hive)’에 블록체인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탑재하고, 자체 토큰 C2X(가칭)도 발행할 예정이다.

장종철 게임빌 제작본부장은 "C2X 발행은 이르면 연말, 내년 1분기로 보고 있다. 상장 거래소와 발행 규모는 현재 밝히기 어렵지만, 토큰 발행 준비는 상당히 진행됐다"며 "토큰은 게임 내에서 주요 재화를 생산하는 활동을 통해 획득하고 인게임에서 아이템을 판매하고 캐릭터 성장 과정에서 소진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블록체인 게임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P2E라는 신규 수익 모델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NFT가 게임업계의 새로운 흐름이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NFT 기술이 적용된 P2E 게임은 한국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 우려를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심의를 내주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위메이드 미르4 글로벌 역시 국내서는 이용이 불가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NFT, 메타버스 등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테마들이 지닌 성장 스토리가 시장 관심을 끌기에 적절한 것은 사실이나 테마 내 일부 기업들은 아직 사업이나 실적이 실체화되지 않았음에도 폭등세를 보여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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