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전세대출 ‘일시상환’ 허용
하나은행, 신용·비대면 아파트 대출 재개
NH농협은행, 내달 무주택자 주담대 재개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재개에 나서면서 대출절벽이 풀릴지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재개에 나서면서 대출절벽이 풀릴지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융당국의 압박 등 가계대출 옥죄기로 대출절벽에 내몰렸던 금융소비자들이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재개에 나서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잔금대출) 규제 완화를 시작했고 하나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한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대출 관리 체계 내실화를 통해 대출 중단 등 실수요자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재개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국민은행은 23일부터 전세자금대출 방식 가운데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예를 들어 분할 상환은 2년 만기 전세자금대출의 원리금(원금+이자)을 2년간 매달 똑같이 나눠 갚는 방식이고, 일시 상환은 이자만 내다가 대출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혼합 상환의 경우 원금의 일부는 분할 상환하고 나머지는 일시 상환하는 형태다.

대부분의 전세자금대출은 일시 상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통 2∼3년인 전세자금대출 기간에 원리금을 나눠 갚는 것이 대출자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이 돼서다.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가계부채의 구조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선택사항에서 일시 상환방식을 제외하고 최소 원금의 5%이상을 분할 상환하도록 안내하다가 다시 일시 상환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KB시세와 KB시세가 없는 경우 감정가액으로 적용키로 했다.

국민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춘 것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민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19일 기준 5.28%로 금융당국이 정한 목표치인 6.99%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추가 재원을 실수요자에게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한시적 운영사항 일부를 종료했다"며 "앞으로도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실수요자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율이(작년 말 대비) 7%를 넘어서자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뒤 지난달 18일 전세자금대출만 다시 재개한 상태다.

지난달 20일부터 신용대출과 부동산대출 판매를 중단했던 하나은행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하나원큐 아파트론)을 다시 취급한다. 다음달 1일부터는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도 전면 재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당초 연말로 예정했던 재개 시점을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은 가계대출이 감소하면서 대출총량 관리에 다소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대비 올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5.2%에서 지난 18일 기준 5.14%로 0.06%포인트 감소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8일부터 중단했던 직장인 사잇돌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저신용 고객에 한해 지난 12일부터 재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이 잇따라 가계대출을 재개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대출재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들의 대출 옥죄기에 발을 동동 굴렀던 실수요자의 숨통도 다소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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