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마지못해 내놓은 대책이다.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상황에서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던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책임론이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실행 후 △승진이나 직위 변동 △소득·재산 증가 △신용등급 상승 등이 있을 때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직접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해당 금융사 영업점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차주가 금리인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금융사가 재평가한 뒤 접수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이메일·문자메시지·전화 등을 통해 결과를 통지하게 된다.

심사 결과 대출자의 신용점수가 대폭 상승했거나 취업이나 승진같이 조건을 충족했다고 인정되면 금융사는 금리인하를 안내하게 된다. 차주는 인하된 조건을 보고 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하지만 금리인하 요구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수용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19개 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 건수는 2018년 28만5127건, 2019년 54만9609건, 2020년 71만4141건 등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4만1783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실제 금리인하로 이어진 수용률은 2018년 40.4%에서 2019년 37.7%, 2020년 31.6%, 올 상반기 25.1%로 감소세다.

특히 최근 금융소비자로서 금리인하요구권이 거절됐을 경우 명확한 기준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금융사가 금리인하권 요청을 불수용할 경우 사유를 기재해 답변토록 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모호한 답변을 받아도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

은행들은 “당행 내부 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아 금리가 유지됨을 알려 드린다” “내부 신용평가 기준상 더 이상의 (신용)상향에 따른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다” 등을 거론하며 금리인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은행들은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면 내부 신용평가 기준이 대외비라면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해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신용평가 기준을 일률적으로 반영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국민이 금리인하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상품 안내장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대출 기간 중 연 2회 정기적으로 안내문을 발송한다. 또 신청요건 표준안을 개발해 전 금융권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금융회사가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명확한 사유를 기재해 10일 이내 답변토록했다.

금리인하권 관련 통일된 통계 기준을 산출하고 반기별 실적치를 공시하는 등 정보 접근권도 높일 계획이다.

시중 은행들도 은행연합회와 함께 12월 중 금리인하요구권 공동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에도 금융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민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대기업, 공공기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금리인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인하 혜택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소득이 급감해 말 그대로 금리인하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금리인하 요구권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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