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요경제 DB)
(사진=일요경제 DB)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올해 금융권은 하반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또 대출 대란으로 일컫는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겹치며 부동산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권이 사회적 가치제고를 위한 ESG 경영이 본격화 된 한해였다.

코로나19로 메타버스, 마이데이터 서비스, 금융플렛폼이 본격 출범하는 등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 된 한해였다.

한은 올해 기준금리 2차례 인상...제로금리 시대 막 내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다가 물가상승을 고려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 인상한데 이어 지난 11월 기준금리가 또 다시 0.25% 인상되자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통위가 인플레이션 현상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신금리가 높아지면서 기업 대출금리 상승으로 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어 경제 및 금융시장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에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며 빚을 낸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은 올 3분기 기준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가계 소득분위별 이자부담 변동 규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12조5000억원이던 가계 이자부담액 증가폭이 석 달 만에 3000억원 불어난 12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소득 분위별로는 3분위~5분위까지의 이자 부담 증가가 두드러졌다. 3분위와 4분위는 1000억원 씩 이자부담이 증가했고, 5분위는 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0.5%)과 물가상승에 따른 기업대출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이자비용은 13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현재 1%인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다음 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로 가계와 기업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총량규제 강화...은행 대출 중단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주담대 대출을 중단한 후 다른 은행에서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이에 당국이 규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권에서 연쇄적인 대출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대출대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농협은행이 지난 9월에 3달 간 부동산 관련(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대출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당시 농협은행은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대출)이 일시에 몰리면서 금융당국이 정한 가계대출 총량 상한선을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여파로 풍선효과가 발생해 타 시중은행으로 대출이 몰리기 시작했다. 집값 및 전월세 상승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도 증가했고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로 신용대출까지 증가하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상한선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높였다.

이같은 조치에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올해 9월 2.96%까지 올랐고, 10월 기준으로는 3.07%를 기록해 지난해 2월(3.08%) 이후 처음으로 3%대를 돌파했다. 이 중 가계대출 금리는 다섯 달째 올라 10월 3.46%를 나타내며 4%대에 육박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0.25%포인트 높아진 3.26%를, 신용대출 금리는 무려 0.47%포인트 뛴 4.62%로 반 년째 올라 5%대에 가까워졌다. 각각 지난 2018년 11월(3.28%), 2019년 3월(4.63%)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금리 상승기에 더 움직임이 큰 변동금리 비중도 점차 상승하고 있어 향후 가계의 이자 부담 금액은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 3월 65.5%에서 올해 9월 73.6%까지 올랐고 10월엔 79.3%를 기록해 80% 가까이 증가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 불안정 누적 등의 영향을 받아 내년 상반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도 내년까지 가계부채 증가 비율을 올해 7%대에서 내년 4~5%대로 줄여갈 방침이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둔 사람들에게 대출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했을 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만일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한도는 2000만원이 줄어들고 이자 부담은 연 60만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플렛폼 구축 적극 나서

은행권과 보험사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행사를 진행하거나 관련 협약을 맺는 등 메타버스 기술 도입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된데다, MZ세대와의 소통 강화와 함께 메타버스가 전산업에 걸쳐 향후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의 신규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 유입을 통해 빅테크의 금융업 진입 등에 맞서겠다는 의도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뜻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돼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뜻한다.

금융권은 올 초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으로 대면 회의 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일부로 사용되던 메타버스가 하반기 들어 대고객 금융서비스 콘텐츠로 자리잡는 것은 물론 메타버스 금융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금융권은 MZ세대 직원에 대한 소통행사, 사내연수원 구축을 통한 직원 교육, 경영진 회의 등 내부업무 개선 등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금융권이 추구하는 ‘메타버스 금융’의 핵심은 ‘가상공간 내 금융 업무 처리’다. 금융권은 메타버스 내에서 고객이 상품에 가입하고, 대출을 받는 등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메타버스를 통한 투자, 대출,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기반으로 땅(스퀘어)을 구입하거나 메타버스 관련 펀드를 출시하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메타버스형 사업 모델도 등장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용자 콘텐츠 창작·제공하거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장비를 출시하고 관련 서비스, 자체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등 수익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활용 시 마케팅, 고객 경험 혁신 및 신사업 진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경쟁 본격화

내년 1월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53개사 중 17개사가 지난 1일 오후 4시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은행, 보험회사, 카드사 등 다양한 업권에 각기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 대출잔액·금리 및 상환정보는 물론, 주식 매입금액·보유수량·평가금액, 펀드 투자원금·잔액, 통신사 납부·청구내역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여러 금융 앱을 사용할 필요 없이 하나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에서 대출이자 납부일, 카드대금결제일 등을 확인하는 등 모든 금융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또 본인의 현재 신용과 재무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 목록을 볼 수 있고, 가격·혜택을 상세 비교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상품 추천과 재무컨설팅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사업자들은 국민·농협·신한·우리·기업·하나 등 6개 은행, 키움·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3개 금투사, 국민·신한·하나·BC·현대 등 5개 카드사, 농협중앙회, 뱅크샐러드와 핀크 등 2개 핀테크·IT업체 등이다.

이 외 은행·카드사, 빅테크·핀테크 20개사는 이달 중 순차적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16개사는 관련 시스템·앱 개발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참여할 예정이다. 본허가를 받지 않은 10개 예비허가 사업자는 본허가 절차 이후 내년 하반기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가치 제고 위한 ESG 경영 박차

사회 전반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권도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권 ESG 경영은 녹색경제·녹색금융·그린뉴딜과 함께 언급된다. 금융권은 탈석탄금융 선언, 탄소중립정책, 친환경 기업 금융 지원 강화 등을 통해 ESG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더불어 전자약관 및 모바일 안내장 도입, 태블릿PC이용 회의, 모바일청약시스템 등을 통해 사업장 전반에 종이 없는(Paperless) 사무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또 잔반 없는 식사,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다양한 사내 ESG캠페인으로 임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확대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

올해 금융권은 코로나19 확대로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자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는 금융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비대면 환경의 확산으로 디지털 뱅킹에 대한 요구사항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금융사를 중심으로 대고객 디지털 채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앱’에 대한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은행권의 디지털 뱅킹 전략의 기반인 뱅킹앱에 대한 전면적인 재구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새마을금고중앙회, 부산은행 등이 새로운 디지털 뱅킹 구현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도 본격화됐다.

제3의 인터넷은행으로 주목받은 토스뱅크가 10월 5일 공식 출범했고,  카카오도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사를 설립해 디지털 보험사 시장에 뛰어든다. ‘카카오페이’는 이달 초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본인가를 신청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획득한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BNP파리바카디프 손해보험을 인수하며 디지털 보험 시장 진출에 나섰다. 라이나생명 역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