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산업재해 최다 사고사망자를 내고 있는 건설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한 산업재해를 ‘기업범죄’로 보고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다. 산재나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이나 기관에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각 건설사들도 저마다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주요 건설사 수장들이 최근 발표한 신년사에서 잘 나타난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시행한 안전신문고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불안전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작업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 최우선 경영을 강조했다.

김형·정항기 대우건설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스마트건설과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드론 △안전관제 △BIM(빌딩정보모델링) 등 스마트건설 기술력을 향상시켜 안전성을 높이겠단 방침이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안전보건역량을 집결해 재해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안전보건부문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하고 사업본부 내에 안전팀을 신설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을 확대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안전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모습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발생 등 산재 예방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장 명단에 따르면 총 576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339개소(58.9%)가 건설업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 동부건설 등 대형·중견 건설사들도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포함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은 ‘안전 담당 임원’을 신설하거나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안전사고 책임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예컨대 삼성물산은 최근 최고안전보건책임자(Chief Safety Officer·CSO)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해 신규 선임했고, 현대건설·한화건설도 CSO 자리를 신설했다. 호반건설은 아예 지난달 임원 인사에서 안전 담당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아울러, 중견 건설업체 오너 경영인들이 법적 책임이 따르는 대표이사직에서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IS동서 권민석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한 데 모여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이 법의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대재해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건설사들이 안전에 경각심을 가져 임의년에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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