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ㆍ빚투족' 이자부담 급증 우려↑
금리인상 취약 변동금리 대출 비중 83% 달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4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0.5%에서 1%로 오른데다 이번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대출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영끌'과 '빚투'로 자금을 끌어몰았던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미국의 첫 금리인상이 3월 시작되고 이르면 7월에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0%인 기준금리는 연내 최고 1.75%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지난해 11월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1.0%로 인상하면서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보였다. 이 총재는 "경제상황의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하겠다"며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은 개선되겠으나 금융완화조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업황 부진에 직면해 있는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이러한 내부 취약 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어 더욱 예의주시하면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 속에 첫 금리인상이 3월로 당겨질 수 있고 빠르면 7월 이후 통화 정상화가 시행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시장금리 상방위험 및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빨라진 통화긴축 기조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영끌’‧‘빚투’로 대출과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도미노 효과로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오름세를 보인다.

실제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고 금리는 연 5%를 넘어섰다. 4대 은행인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 는전날 기준 연 3.57∼5.07%로 수준이었다. 한 달만에 금리가 0.089~0.13%포인트 올랐다.

금융권은 한국은행이 일주일 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6%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지난해 11월 기준 82.8%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결국 내집 마련을 위해 ‘영끌’로 자금을 마련한 대출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월 '가계대출 금리가 단기간 내 1.0%포인트까지 상승할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과 연체액은 최대 0.62%포인트, 5조4000억 원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연체액이 1조7000억 원, 연체율이 0.2%인 점을 감안하면 연체금액과 연체율이 약 2.6배에서 4.1배 증가할 수 있다는 것.

한경연은 가계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이 0.3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868조5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연체 증가금액은 2조7000억 원이다.

한경연은 가계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인 블랙스완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이 0.62%포인트 높아지고, 연체액은 5조4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했다.

블랙스완은 극히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경연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가격 하락, 경제성장률 둔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 가계 부실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도 금리 상승세가 가파라지면 '영끌' '빚투' 등으로 대출 부담이 큰 가계대출이 부실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판단,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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