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대상·요금배분·사회적합의 이행 이견
국토부, 택배 특별관리 돌입…추가인력 만 명 투입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조합원들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 본부 파업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노사 간 입장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설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늘어날 택배 물량에 소비자들과 고객사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72시간 내 공식 대화’를 CJ대한통운에 요구했지만, 기한이었던 이날 오후 1시까지 별다른 협상은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협의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예고 대로 오는 18일 서울에서 차량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롯데택배와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에 파업으로 물량이 급증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접수중단 조치도 요구한 바 있다. 타 택배사들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해 오는 18일부터 해당 지역에서 택배접수를 중단할 예정이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해당 지역에서는 택배 전체가 멈추는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 "교섭 요구 응하라"vs 사측 "교섭 대상 아냐" 강경 대응

CJ대한통운과 노조는 파업이 3주째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도 단 한 차례도 공식 교섭을 갖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택배업계와 택배기사는 직고용 관계가 아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택배대리점은 다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와 계약을 체결해 택배를 소비자들에게 배송한다.  따라서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협의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사측의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하며 책임 회피에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요금인상의 주체도, 요금인상분을 이윤으로 가져가는 주체도 CJ대한통운"이라며 계속 ‘간접고용’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인상한 택배요금의 규모와 배분비율에 대해서도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택배기사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6월 마련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 요금을 170원 인상했으나, 사측이 이중 56원만 합의 이행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3000억원 가량을 추가 이윤으로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택배기사 과로사 국면을 사측 돈벌이에 악용하는 명백한 사회적합의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합의 체결 전인 지난해 4월 작업환경 개선·첨단기술 및 설비투자·미래투자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택배비를 인상했으며, 실제로 오른 금액은 140원 정도이고, 이중 절반인 70원 가량이 택배기사 수수료로 배분됐다고 반박했다. 택배요금 가이드라인은 250원 인상됐지만, 택배요금은 공급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찰 형태로 정해지기 때문에 실제 인상폭은 140원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크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1만 6000여명을 대상으로 분류작업에 택배기사를 배제하는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여부를 점검한 결과 64%가 개인별 분류작업이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새해부터 5500명의 분류지원인력을 투입,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분류인력 비용도 100% 회사가 지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데도 근거 없는 왜곡과 일방적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장 실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만이라도 악의적 비방을 중단해 줄 것을 (택배노조에)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국토교통부에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해 택배업계 전반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해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국토부는 “택배노조 총파업은 노사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중재나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조사와 불시점검 모두 CJ대한통운 사측의 요청 전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각 택배사들의 분류작업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잘 이행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부터 연례적인 택배 특별관리를 시작한다. 이번 특별관리기간에 추가 인력 1만명을 투입해 설 배송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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