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충격과 아픔을 함께 겪고 계신 많은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7일 이같이 밝히며 광주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시공사도 현대산업개발이었던 만큼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광주건물 붕괴참사 현장을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7개월 만에 같은 지역에서 대형참사가 발생하면서 정 회장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정 아이파크’ 붕괴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 부족, 철근 이음 부실, 지지대의 이른 철거 등이 지목된다. 

특히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열흘 이상 필요한 콘크리트 양생 작업(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6~10일 만에 마쳤다는 정황이 드러나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를 두고 18일 긴급 건설안전 점검 회의에서 “건설산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과 공기단축 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 원칙이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모색하고 있는 방안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으로 건설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공사 참여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 시 관련 업종별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옥상옥(屋上屋)으로 이중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도한 규제를 계속 도입하다간 경영위축으로 이어져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건설안전특별법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담지 못한 지점을 보완하는 법으로 사망사고가 잦은 건설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의 71%가 건설업체였고,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 1243개 중 59%를 차지한 것도 건설업체였다.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인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발주자를 비롯한 공사 참여자의 역할이나 책임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서 건설공사와 관련된 안전 문제를 규율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CDM(건축디자인관리)제도와 같이 건설안전법이 따로 있다”며 “건설안전특별법은 기존 법의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반복되는 인재(人災), 일하다 사람이 죽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건설안전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연이은 대형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속도가 붙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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