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조6300억~6조500억원 예상
구주 물량·현산사태는 변수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사진-현대엔지니어링)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사진-현대엔지니어링)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또 다른 대어급 공모주인 현대엔지니어링(현대ENG)으로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부터 26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는 5만7900~7만57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다음달 3~4일 일반 청약을 받고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현재 건설 대장주인 현대건설의 주가가 4만원대, 시가총액이 4조5000억원 수준인 만큼 공모가 최상단으로 상장할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을 제치고 건설업계 대장주에 오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연초 LG에너지솔루션이 이끈 IPO 흥행세를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114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27일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좋은 성적을 낼 경우 다음달 있을 현대엔지니어링의 일반 청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주 물량이 많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구주 매출 1200만주(75%)와 신주 모집 400만주(25%)로 공모를 진행한다.

통상 구주매출이 높을수록 상장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자금이 흘러가기 때문에 청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자금조달 보다는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지분을 대거 처분하는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25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약 1조80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신사업, 신규 시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사업 투자 자금은 신주 모집 대금으로 대부분 조달이 가능하며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90%가량에서 70%가량으로 낮아지는 수준이어서 그룹 내 현대엔지니어링 지위 또한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공모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이 시총 4조 3904억원인 삼성엔지니어링과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총 10조 원 예상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 주식 거래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기업가치 7조 9751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광주 서구 화정동 주상복합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 11일 발생한 이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8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총 45% 빠졌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건물이 흔들렸다는 소식에 시공사 DL이앤씨 주가가 하루 만에 7.7% 급락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시행되고 HDC현대산업개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여론이 높아져 기관 수요예측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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