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중대재해처벌법, 안전사고 발생 원천 차단 어려워”
건설노조 "시행 후에도 대형 안전사고 잇따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해야"

롯데건설 안전체험관 체험시설 배치도(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 안전체험관 체험시설 배치도(사진-롯데건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최근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말 사업주 또는 경양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안전역량 강화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날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소재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 안전체험관인 ‘Safety On’을 개관했다. 

안전체험관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 화재, 전도, 질식, 감전 등의 재해와 관련해 ‘크레인 및 사다리 전도 체험, 개구부 및 안전벨트 추락 체험, 화재발화 및 소화기 사용 실습 체험’ 등의 10종의 안전관리 체험시설과 ‘응급처치, 근골격계 질환 예방’ 등 4종의 보건관리 체험시설 등 총 14종의 체험시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또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 중 13개의 재해 상황을 VR 기기를 통해 직접 체험 할 수 있도록 한 VR체험실을 운영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안전체험관 운영으로 임직원이 직접 안전사고 상황을 체험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 중대재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안전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SM그룹 건설부문 계열사인 SM우방은 지난 11일 안전보건경영체계 이행에 대한 선포식을 개최했다. 

SM우방은 선포식에서 연도별 무재해 3개 현장 포상과 함께 안전보건경영 방침과 안전보건경영 체계 실행방안 및 이행결의를 하고 ‘안전은 첫 번째 약속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또한 안전보건경영체계 핵심과제인 위험성평가 실천방향을 제시해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송동근 SM우방 대표는 “불안전과 부실공사가 겹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안일한 사고방식과 적당주의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보건경영체계 구축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심도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최근 전국 37개 현장에서 ‘2022년 안전보건경영방침 및 목표 선포식’을 갖고 중대재해 'ZERO'를 선언했다. 

반도건설은 선포식’에서 안전보건경영방침을 ‘모두가 참여하는 Safety First 기업안전문화 구축’을 다짐했다. 아울러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전환 △떨어짐, 물체에 맞음, 넘어짐 등 3대 다발사고 전년 대비 30% 이상 감축 △안전보건 문화활동(TBM) 활성화 △안전보건인력 양성교육 보장 등을 올해 목표로 수립해 전 현장 임직원과 협력사에 전달했다.

이정렬 반도건설 시공부문대표는 “안전경영은 누구 한 명 또는 일부 부서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전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실천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여러분 개개인의 건강과 가족을 위해 안전보건경영방침 실천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본사에서 최양환 대표이사를 비롯한 건설본부·안전관리부 임직원이 모여 안전관리와 안전보건경영 강화에 대한 간담회를 실시했다.

최양환 부영그룹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안전경영목표를 재수립하고 현장 근로자의 작업매뉴얼 숙지와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본사와 현장간의 소통과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부영그룹은 올해 안전보건경영 방침을 '지금, 나부터 법규 및 규정을 준수해 안전제일 문화 정착'으로 정했으며 △중대산업재해 제로(ZERO) △3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강화 △협력업체 안전·보건 관리 체계 육성 및 지원을 목표로 세웠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안전경영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업주 또는 경영자의 책임이 한층 더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한 산업재해를 ‘기업범죄’로 보고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취지에 공감하나 규제 양산만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 산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최근 '차기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규제의 양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예산 편성의 모호함, 전담 조직 운영의 한계, 발주자-원도급-하도급자 간의 적정 공기와 비용 확보에 대한 이견 등을 개선해야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산연은 △안전한 건설현장 캠페인 추진과 민관 위원회 발족 △건설안전관리제도의 실효성 있는 정비와 민간 발주자 책임 강화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고도화 과제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최근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관리감독과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석재 채취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8일에는 요진건설산업이 시공 중인 경기도 성남시 판교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작업자 2명이 지상 12층 높이에서 지하 5층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를 포함한 모든 재해에 원인을 제공한 자를 강력 처벌함과 더불어 건설노동자를 살리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이 이달 중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건설안전특별법은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이다. 건설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공사 참여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인에 1년 이하 영업정지나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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