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양현대 이어 월계동신도 수주
업계 "파격조건으로 수주 장벽 높아져... 출혈수주 부메랑되서 돌아올 것"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투시도(사진-HDC현대산업개발)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투시도(사진-HDC현대산업개발)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에 이어 두 번째 수주 사례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6일 월계동신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전체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739명의 지지를 받아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을 크게 앞질렀다.

월계동신 재건축은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14개 동 규모 총 1070가구와 부대 복립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2826억원 규모다.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 1차 시공사 입찰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지난달 24일 2차 입찰에서 코오롱글로벌이 뛰어들면서 2파전이 됐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조합 측에 제시한 조건 차이가 수주전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대물변제 100%와 사업 촉진 비 4500억원 지원, 하자보수 기간 30년 연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일반 분양가 일대 최고 수준 △조합원 분양가 인하 △물가상승, 난공 상황에서도 공사비 미인상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합원이 정한 단지명을 사용하겠다는 내용도 제안에 포함됐다.

반면 코오롱글로벌은 △사업추진비 1000억 원 지원 △조합원 환급금 선지급 △경쟁사 대비 저렴한 공사비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자사 주택 브랜드 하늘채를 사용한 '하늘채 하이시티'라는 단지명을 제안하고 플로라 데크가든, 숲 속 정원, 하이시티 파크 등의 프리미엄 공간 마련을 약속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저희를 믿고 지지해 주신 조합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조합원님들의 깊은 뜻을 헤아려 안심하고 거주하며 강북권의 복합문화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정비시장 퇴출 여론까지 일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달 들어 '관양현대'에 이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 시공권까지 따내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국적으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여전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 가시밭길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에서 제외하고 아이파크 브랜드도 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장은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현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 참여 제외에 따라 컨소시엄 주간사도 HDC현대산업개발에서 GS건설로 바뀐다.

아울러, 최근 경기도 광명11 재개발 구역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참여와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제한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추후 지분 참여로 인한 이익분만 배분해갈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현산과 현대건설에 보냈다.

일각에서는 적자 수주를 감내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도 오히려 재무건전성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악화한 실적 역시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304억원으로 전년 보다 43.6%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3693억원, 당기순이익도 2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6.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목적물 손상으로 인한 손실이 2021년 시공범위에 포함되면서 영업 외 손실 비용이 반영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4분기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1684억원 대비 75.8%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사회생을 위해 출혈 수주를 감내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건설사 사이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세우는 탓에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기 떄문에 조합원들이 눈높이가 높아져 수주하기가 더 어려워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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