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2월 유명 달리해…우울증 치료 받다 최근 악화”
‘바람의 나라’로 온라인 게임 개척…3조 게임사로 ‘우뚝’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넥슨)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넥슨)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게임업계 애도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2일 넥슨 지주사 NXC에 따르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NXC는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주 창업주는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수장으로 게임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94년 12월 넥슨을 창업하면서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개발한 그는 게임 산업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넥슨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 어택’ 등 유수의 게임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2005년 지주사 NXC 설립 이후 지난해 7월까지 대표직을 맡아 연결 기준 매출 3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김 이사 별세 소식이 전해진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올렸다. 김 대표는 이 글에서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고 애도했다.

김 대표와 고인은 업계의 오랜 동지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김 대표가 85학번, 고인이 86학번이다.

두 사람은 동업자가 된 적도 있다. 2012년 김 대표와 고인이 의기투합한 결과로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해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이 무렵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사가 합쳐서 한국 게임산업을 위한 좋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고 했다", "게임 산업을 위해 두 회사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의 사업은 이렇다 할 상승효과를 내지 못했고 지분 인수 3년 만인 2015년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이정헌 현 넥슨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충격에 빠진 구성원들을 위로했다. 그는 게시판 글에서 "넥슨의 창업주이자 저의 인생에 멘토였던 그리고 제가 존경했던 김정주 사장님이 고인이 되셨다"며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김정주 사장님은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 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라며 "그래서인지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셨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랐으며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경험하며 건강하게 성장해 나아가는 것에 진심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제게는 선명하다"며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넥슨 최고경영자(CEO)인 오웬 마호니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김 이사의 별세를 공식 발표하면서 "우리의 친구이자 멘토인 제이 킴(김정주 지칭)을 잃은 비극을 표현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현재 넥슨은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해 있다.

마호니 대표는 "그는 회사 설립자이자 선견지명 있는 리더로 주변 사람들에게 회의론을 무시하고 창조적 본능을 믿으라고 격려했었다"면서 "넥슨 가족과 수많은 친구들이 그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는 1999년 한게임 창립 멤버로, CJ인터넷·위메이드·카카오게임즈 등을 거쳤다. 남궁 내정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업계의 슬픔"이라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글을 남겼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넥슨 창업자 김정주 전 회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비보를 방금 들었다”며 “한국게임산업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의 명복과 안식을 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