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퇴출설까지 제기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산은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14개 동 규모 총 1070가구와 부대 복립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2826억원 규모다.

앞서 현산은 지난달 초 경기 안양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따내면서 올해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관양현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396번지 일대 6만2557㎡ 부지에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동, 1305가구로 재탄생하게 되며 공사비는 4240억원 규모다

주택시장 퇴출 움직임이 거셌던 현산이 수주전에서 승리한 이유로는 파격적인 조건이 꼽힌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대물변제 100%와 사업 촉진 비 4500억원 지원, 하자보수 기간 30년 연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일반 분양가 일대 최고 수준 △조합원 분양가 인하 △물가상승, 난공 상황에서도 공사비 미인상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양현대 조합에는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일반분양가 평당 4800만원 100% 보장 △안전결함 30년 보증 보장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2조원 조달 등을 약속했다.

현산이 이처럼 공격적인 수주를 펼치는 것은 대형 붕괴사고 발생에 따른 처분으로 장기간의 영업정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에 이어 올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까지 일어난 현산은 최장 1년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기간에는 처분 전 이뤄진 계약, 공사 등은 진행이 가능하지만 신규 수주 등 영업 활동은 일체 금지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산의 출혈 수주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일감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저가 수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회사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악화한 실적도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304억원으로 전년보다 43.6%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3693억원, 당기순이익도 2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6.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목적물 손상으로 인한 손실이 2021년 시공범위에 포함되면서 영업 외 손실 비용이 반영됐다. 현산의 4분기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1684억원 대비 75.8% 감소했다

아울러. 현산이 신규 수주 조합에만 파격적 조건을 제안하면서 기존 현산 사업장 내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 지난 2016년 계약을 맺은 안양 뉴타운삼호맨션은 추가분담금 차별 등과 관련한 불만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주가 절실한 것은 이해하지만 수익성을 포기하며 무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부메랑이 돼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현산은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는 것보다 먼저 사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통해 광주 붕괴사고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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