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외이사 1인 이상 의무
신사업·주주환원책 주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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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오는 16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리는 가운데 주요 안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 시즌 주요 안건으로 신사업 진출과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이 화두에 오른 만큼 이사회 구성과 사업 방향성 등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주주환원 강화…배당금 확대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올해 주총 안건으로 배당금 확대를 올렸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소액주주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상장사들이 배당금을 큰 폭으로 늘리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주당배당금을 154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1170원 대비 30% 이상 오른 금액이다. 2024년까지 새로운 배당 정책을 적용, 기존에 1000원이었던 주당 고정배당금도 12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한 이번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올해 1분기부터 매 분기 배당을 신시하는 분기 배당도 실시할 예정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8일 진행된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래 성장의 결실을 주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했다"며 "기존 배당정책의 성과와 변화한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반영해 기업 가치 제고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주당 6500원의 기말배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 실시한 주당 1500원의 중간배당을 합치면 연간 배당액은 총 8000원으로, 2015년 통합지주사 출범 이후 가장 큰 액수다. 

기아도 작년 기말 배당금으로 전년보다 세배 오른 주당 3000원을 결정했다.

효성티앤씨는 보통주 한 주당 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년 주당 배당금 5000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배나 늘렸다. 

◆8월 자본시장법 개정…"여성 사외이사 모셔라"

올해 8월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을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이사회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선 모습이다.

LG그룹에선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오는 23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현주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LG디스플레이는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LG이노텍은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선임한다.

앞서 ㈜LG를 비롯해 LG전자,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미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과 한화시스템, LX인터내셔널 등도 이번 주총에서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미래 신사업 강화·ESG 경영 확대

기존 사업 꼬리표를 떼고 수소, 블록체인, 전기차, 인공지능(AI) 기반 사업 등 신사업을 정관에 새로 추가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 사업 기조에 맞춰 최근 태양광 사업을 철수하며 스마트폰에 이어 적자 사업을 정리했다. 오는 24일 주총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판매 사업, 암호화 자산의 매매·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한다.

LG전자는 구글, IBM, 보잉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이 포함된 블록체인 플랫폼 ‘헤데라 헤시그래프’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며 사업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을 탑재한 TV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신사업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있다. 전력 기기 제조 기업 LS일렉트릭은 신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기차 부품 사업을 물적분할한다.

LS일렉트릭은 전기차 부품 생산 부문인 'EV 리플레이'를 분할해 신설 법인 'LS이모빌리티솔루션'(LS e-Mobility Solutions)을 설립하는 안건을 오는 28일 주총에서 승인할 예정이다. 분할 기일은 4월 1일이다.

다만 물적분할 발표 후 LS일렉트릭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주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SK온 등 다수의 기업이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면서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통신 업계는 ‘탈통신’ 행보를 가속화한다.

SK텔레콤은 마이데이터 사업과 AI 기술 융합·활용을 통한 의료기기, 동물용 의료기기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AI 기반의 의료기기는 자사가 개발한 AI 수의 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을 사업화하려는 것으로, 반려동물을 촬영한 엑스레이를 AI가 분석한 뒤 분석 정보를 수의사에게 제공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돕는 방식이다.

KT도 이번 주총에서 마이데이터사업 추진을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선다.

수소 경제 시대 도래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수소·암모니아 발전사업 및 탄소 중립 관련 부대사업'을 추가한다.

에쓰오일도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 추가를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올해 주총 시즌에 주요 기업들이 내놓을 ESG 강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탄소배출 감축 등 친환경 정책 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응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환경 전문가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한국환경연구원 창립 멤버인 한화진 이사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주주들에게 발송하는 우편물을 대폭 감축하는 작은 노력도 기울였다. 매년 주주총회 약 2주 전에 발송하는 소집통지서·주주통신문 등을 발송하지 않고 이를 전자공시시스템의 전자공고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우편물 감축을 통해 약 3000만 장의 종이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30년산 원목 3000여그루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사회에 ESG 관련 정책 심의와 의결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ESG를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맡으며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최근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바 있다. 기아 역시 ESG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ESG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제품 개발 투자와 신규 친환경차 개발·판매 등에 사용된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 중공업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 담당 임원 선임, 조직 구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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