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81년생 최수연 대표 선임…'젊은피' 리더십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사임·새 수장 선임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사진-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사진-네이버)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플랫폼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14일 나란히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열었다. 네이버는 80년대생 여성 리더인 최수연 최고경영자(CEO)를 공식 선임하며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경영쇄신에 나섰다.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고 미래 사업 구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양 사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 81년생 최수연 대표 선임…'세대교체' 주목

네이버는 지난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23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 신임 대표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최수연 신임 대표는 한성숙 전 대표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네이버를 이끌게 됐다. 지난해 11월 대표로 내정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17일 최 신임 대표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바 있다. 당시 인사 내정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본사 C레벨 임원, 사내독립기업(CIC) 대표, 총괄급을 건너뛰고 그 아래인 책임리더(조직장)급에게 대표직을 맡기기로 하면서다. 이는 글로벌 도약에 필요한 전문성, 조직 쇄신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 영역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네이버 기업 문화 회복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회사 안팎의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만큼 기업 문화 회복을 서두른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신뢰와 자율성 기반의 네이버 기업 문화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번 주 중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겠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조직 문화 개선 계획과 관련 인사도 발표할 예정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김범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김범수)

의장직 벗은 김범수, 해외공략 전면에 등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나 해외 시장 개척에 전념해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 힘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및 주요 계열사 등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오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의장의 사임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차기 의장은 주총 이사회를 거쳐 새로 선임될 예정이다.

김 의장의 사임은 카카오 경영 체제 대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3명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김 의장, 여민수·조용수 카카오 공동대표 대신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김성수 카카오얼라인먼트센터 공동센터장 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홍은택 카카오얼라인먼트센터 공동센터장이 사내이사를 맡는다. 카카오는 김 의장 최측근인 남궁 내정자가 이끈다.

애초 지난 2018년부터 4년간 카카오 경영을 맡아온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의 임기 2년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조수용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퇴진했고, 이를 메울 차기 공동대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사퇴하며 카카오의 경영진 구성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 의장은 “뉴 리더십이 정해진 후 엔케이(남궁훈 내정자)와 제 역할을 논의해왔다”라며 “앞으로 엔케이가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을 위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그간 국민 메신저 카카오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최근 골목상권 침해를 비롯해 ‘내수용 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카카오가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김 의장이 오랜 경영 활동에 피로가 쌓여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세 번이나 출석하기도 했다. 절친한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 별세로 인한 충격이 워낙 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이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공개된 카카오의 주주총회 소집 결의안에는 김 의장의 사내이사직 사임 내용이 없었다.

네이버·카카오, 글로벌 ‘올인’

같은 날 조직 쇄신을 예고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이날 주총장에서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다”라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도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다”라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출발점으로 일본을 지목했다. 일본은 한게임 시절부터, 카톡 초창기, 픽코마까지 계속 두드렸던 시장이다.

남궁훈 내정자 역시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에 해당한다”라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다”이라며 글로벌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