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에 원자재값 급등....주택 사업만으로는 한계
대우건설, 코파펀드에 2억달러 투자...해외 물류ㆍESG 인프라 투자
호반건설, KT엔지니어링과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협력' MOU 체결
DL이앤씨, 친환경 사업 진출...탄소사업 2024년까지 수주 1조원 달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DL E&C_CCUS  사업개념도.(사진-DL이앤씨)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DL E&C_CCUS  사업개념도.(사진-DL이앤씨)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주력사업인 건설업만으로 지속성장과 수익성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주택시장 불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최근 건설 업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전략적 신사업 투자를 위해 IMM인베스트먼트 글로벌과 함께 코퍼레이션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를 조성했다. 코파펀드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나 투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연기금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협업하는 구조의 펀드다. 

대우건설은 IMM인베스트먼트 글로벌과 총 4억 달러(각사 2억 달러)의 투자 자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 등 해외에서 물류(콜드체인), ESG(친환경·사회·지배) 인프라 관련 유망 기업 및 우량 자산에 공동투자를 진행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벨류체인을 구축하고 신사업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로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KT엔지니어링과 최근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호반건설과 KT엔지니어링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사업 관련 기술·경험 제공 및 시공 협업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데이터센터 구축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AI(인공지능) 등 미래기술 개발에 가속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최근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CCUS) 사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서 종합적인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탄소 포집 설계·조달·시공(EPC) 분야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국내외 누적 수주액 1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2025∼2027년까지 연간 1조원 수준의 수주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CCUS 사업에서만 연간 2조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DL이앤씨 측은 기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 플랜트를 상용화한 경험과 연간 100만톤 규모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플랜트 설계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해그린환경과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으며, 서해그린에너지와 탄소 네거티브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탄소중립 실현은 기후위기 극복과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시대적 과제” 라고 설명하며, “차별화된 CCUS 기술력과 다양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탄소포집 뿐 아니라 활용, 저장 분야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CCUS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견건설사들도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계룡건설산업은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태양광 발전 및 전력중개업 △폐기물 및 부산물 연료화 사업 등 신사업 목적을 정관에 추가했다.

아이에스동서도 지난 25일 개최한 주총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생산ㆍ판매업 △신재생에너지 건설 및 투자업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유지ㆍ관리ㆍ운영사업 △풍력발전사업 등 신사업 목적을 정관에 더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신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주택시장 불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최근 건설 업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조사결과’에 따르면 3월 전국 HBSI 전망치는 전월 67.9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66.2를 기록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곳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HBSI는 공급자(주택·건설업체)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건설사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이 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건설공사 수익률 저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간한 '건설투자 회복의 제약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자재 가격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빠르게 상승해 4분기 중에는 28.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체 건설자재 가운데 가격이 급등한 품목 수 비중을 보더라도 2020년 말 8.9%에서 2022년 초 63.4%로 크게 확대되는 등 가격 상승이 건설자재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 경기 하락 전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건설 업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많아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신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건설 업계 매출 판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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