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강남권 재건축·중대형 단지들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11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0.00%)으로 돌아섰다. 강남구(0.02%), 서초구(0.02%), 송파구(0.01%) 등 강남 3구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개편, 대출한도 인상 등 규제 완화 공약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성급한 대출규제, 세 부담 완화는 오히려 집값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윤 당선인이 공약한 대출 규제 완화와 반대하는 정책을 주문했다. IMF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위한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부동산 세제 지속 검토와 민간부문 주택공급 참여유인 제고 등을 권고했다.

부동산 규제완화 추진이 집값을 자극하면서 윤 당선인 측도 규제완화에 대해 잇따라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무리하게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할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10일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은 매우 안정 위주,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도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되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시장이 항상 완전한 것은 아니기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조화로운 상태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탠바 있다.

다만 부동산 정책의 속도조절과 관련해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신속한 규제완화의 힘을 싣는 쪽은 속도와 관계없이 집값 상승분이 같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규제를 단기간 완화하면 집값이 한 번에 오르겠지만 반대로 천천히 푼다고 해서 집값 상승분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는 지적이다.

반대편에서는 정책 부작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고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양도세를 푸는 동시에 실수요자와 무주택자 보호를 위해 대출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 측은 현재 부동산 딜레마에 빠졌다. 규제를 풀자니 집값이 뛸 것이 우려되고, 그냥 놔두자니 시장 왜곡 심화로 민심이 이반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물론 부동산 정책 전반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손질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땜질식 처방보다는 중장기적 큰 그림을 그려놓고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다. 

다음달 출범할 윤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 묘안을 가지고 현재 상황을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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