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공사비 증액 의결 무효화vs‘유치권 행사’ 시공단, 사업 중단
양측 피해 심각...대화 통한 합의 시급
민주노총 건설노조, 현장 노동자 고용대책 촉구 기자회견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현장.(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현장.(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비 증액문제를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강대강'의 평행선을 달리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양측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면서 장기화될 경우 시공사나 조합 모두 천문학적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동북중·고교에서 열린 총회에서 2019년 12월 조합 전임 집행부가 의결한 공사 계약 변경을 취소하는 안건을 94.5%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참석 인원 4822명(서면결의 4575명 포함) 가운데 4558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찬성률 94.5%로 안건이 통과했다.

앞서 조합의 구 집행부는 재변경, 상가 신규 포함, 가구 수 증가 등을 이유로 2019년 임시총회를 거쳐 2020년 6월 시공사업단과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무효한 것이다. 

현 조합 집행부는 공사비 증액계약에 법·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은 오늘 공사 계약 변경 취소와 별개로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당시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합 총회 의결로 조합과 시공사업단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사업단은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외상 공사를 더는 할 수 없다며 지난 15일 공사를 전면 중단한 채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52%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계약 해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양측 모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며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하루빨리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합은 이주비 1조2000억원, 사업비 7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이 부담할 이자비용 급증으로 조합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시공단도 패소할 경우 막대한 지체보상금과 함께 지금까지 투입된 공사비 1조7000억원 금융비용을 감내해야 해야 하며 충당부채도 사전에 설정해야 하는 등 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분양 지연이 더 장기화되고 공사가 차질을 빚을 경우 양쪽 다 심각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선 당초 입장에서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대화를 통한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이 부동산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 2032가구의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단일 규모로는 가장 커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다. 당초 올해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파국을 맞으면서 분양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신규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총 4만9341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총 가구 규모로 보면 둔촌주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둔촌주공건은 공사비증액이 쟁점이슈로 시작한 사안이기에 단기해결은 어렵다”며 “주택공급확대라는 정부정책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 전·월세 시장에 악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워낙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 부동산 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전·월세로 머물러 있는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계속 머무르게 되면 인근 지역 전·월세 시장에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공사중단 사태로 건설노동자들도 위기에 몰렸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정비사업이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공정률 50%에 가까운 상황에서 일방적 공사중단 통지라는 희대의 사태를 맞게 됐다"며 "갈등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현장 건설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돼 생존권 위기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김창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장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는 4000여 명의 건설노동자가 일해왔다. 건설 현장은 우리에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생존의 일터"라며 고용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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