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주택건설 40여년 외길을 걸어온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이 20일 향년 70세로 별세했다.

고 경 회장은 1952년 경기 김포 출신으로 홍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고인은 1980년 상신전기건설공사를 설립한 데 이어 이듬해인 1981년 동문건설의 전신인 석우주택으로 주택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1984년에는 사명을 현재의 동문건설로 바꾸고 올해까지 총 41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동문건설이라는 사명은 동쪽으로 문을 내야 남향집이 된다는 의미다. 

고 경 회장은 사업 초기 ‘싸고 튼튼한 집이 선택받는다’는 일념아래 수분양자에 주택을 공급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고인은 수시로 현장에 찾아가 직원들과 소주에 삼겹살을 나눌 정도로 소탈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동문건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출과 연대보증을 선 시행사의 도산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고인은 원가 절감 방안을 고심하다가 업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옵션제(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입주자가 하거나 비용을 내는 것)’를 도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분양가 거품을 빼면서 분양 아파트의 완전판매(완판)로 이어졌다.

2000년 ‘동문 굿모닝힐’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활발한 주택 사업을 펼치던 고인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다시 위기를 맞았으며, 2009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는 등 고전했다. 

하지만 고인은 1000억 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해 위기를 돌파했고, 2019년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첫 건설사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에 발맞추고 전국구 아파트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새 아파트 브랜드 '동문 디 이스트'를 출시하는 등 브랜드 강화에도 힘썼다.

고인은 주택 건설에 이바지한 공로로 2002년과 2008년에 각각 동탑산업훈장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2005년 한국주택협회 이사, 2012년 협회 회원 부회장, 2016년 주택협회 회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건설업계에서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옥분 씨와 장남 경우선(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 씨, 장녀 경주선(동문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씨, 며느리 김소연(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차분하게 치르고, 조의금은 받지 않을 예정이다.